아산재단 1000억 이어 한양학원도 주식 '매각'
보유 한양증권 처분 예상가액 '166억'…한양대병원 등 긴급 '자금 수혈'
2024.07.22 05:42 댓글쓰기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재정난을 겪는 병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매각하며 긴급 자금 수혈에 나서고 있다.


일찍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며 긴축 재정 및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지만 이조차도 마땅치 않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수년간 이어진 적자 운영에 전공의 파업까지 '겹악재' 비상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양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재단 한양학원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보유하고 있는 '한양증권' 주식을 처분키로 했다.


보통주 207만4010주 중 143만7590주를 주당 1만803원에 처분하고 우선주는 7만6435주 전량을 주당 1만3483원에 처분한다.


주당처분가액은 직전 4개월(2월 29일~6월 28일) 평균주가로 결정했으며, 이를 적용한 처분예상가액은 보통주 155억3028만원, 우선주 10억3057만이다. 총 처분예상가액은 165억6085만원이다.


매각 이후 한양증권에 대한 한양학원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16.29%에서 4.99%로 줄어들게 된다. 사실상 한양증권에 대한 최대주주 지위를 잃게 되는 것이다.


한양학원이 한양증권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은 재정난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한양학원 측은 "경기 침체로 법인 및 산하기관 재정운영에 커다란 애로를 겪고 있다"며 "대학의 경우 16년째 이어지고 있는 등록금 동결로 재정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의료원은 기존 병원시설 노후 및 열악한 의료 여건으로 최근 수년간 적자 운영을 면치 못하고 있는 와중에 설상가상 전공의 파업까지 겹쳐 재정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양학원은 한양증권 주식 일부를 처분해 법인운영비를 비롯한 각급학교 전출금 및 의료원 지원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처분 가액 절반은 수익용 기본재산(정기예금)으로 대체 취득하고 나머지 절반은 법인 운영비(학교전출금 등)로 사용한다.


다만 최종 처분가액 50%가 예상가액에 미치지 못할 경우 처분대금 중 165억6000만원은 수익용 기본 재산으로 우선 취득할 방침이다.



경영난을 겪고 있는 병원들의 자산 처분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앞서 서울아산병원 등을 운영하는 아산사회복지재단도 지난달 이사회에서 보유하고 있는 'HD현대일렉트릭' 주식 중 절반가량인 40만주를 올해 안으로 처분키로 결정했다. 약 1000억원 규모다.


이에 따라 아산재단 보유 지분은 기존 2.21%(79만5236주)에서 절반인 1.10%(39만5236주)로 줄어든다.


아산재단은 이미 지난달 23일 5만주, 24일 10만주, 27일 3만주 등 6일에 걸쳐 총 21만652주를 장내 매도했다. 각 거래일 종가 기준으로 추산하면 약 589억원 규모다.


아산재단은 주식 처분 목적에 대해 '목적사업 운영'이라고 공시했으나 의료계 안팎에서는 현금화한 재정을 서울아산병원 등 산하 병원에 긴급 자금으로 투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서울아산병원은 금년 2월말 전공의 사직 이후 수술과 외래 등 진료가 급감하면서 40일간 의료분야 순손실이 511억원에 이르는 등 자금난을 겪고 있다. 빅5 병원 중에서는 무급휴가뿐만 아니라 최초로 희망퇴직 신청도 받았다.


자산 운용 측면에서 아산재단은 HD현대일렉트릭 주가가 최근 고공행진하며 보유주식 매도로 인해 상당한 이익을 실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5월 27일 장중 신고가인 31만4000원을 기록하며 금년 1월 2일 종가 8만100원 대비 4배 가까이 올랐다.


지난 2022년 6월 2만원 초반대 가격을 형성하고 있던 것을 고려하면 2년 새 10배 넘게 오른 셈이다.


서울대학교병원 역시 경영 효율화 방침에 따라 헬스케어 SCM(공급망관리) 솔루션 회사 '이지메디컴'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서울대병원은 올해 초부터 두 차례에 걸쳐 온라인 공공자산 처분 시스템 '온비드'와 '나라장터'에 공고한 이지메디컴 지분 5.55%(128만주)에 대한 매각 공고를 냈다.


다만 지난 4월 17일 1차 매각에 이어 2차 매각에서도 입찰자를 구하지 못하면서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이지메디컴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은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라는 정부 권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경영공시 알리오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 동안 의료손익(영업손익)에서 적자를 냈다. 2018년 141억원이었던 영업손실은 2023년에는 916억원으로 7배 가량 증가했다.


특히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비핵심 자산 처분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이미 지난 3월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500억에서 1000억으로 늘렸다.


병원들의 고육지책은 지방에 위치한 병원들도 마찬가지다.


디폴트 선언 충남대병원, 대전·세종 통합 운영 등 자구책 마련

현재 충남대병원은 대규모 차입금 상환 압박과 전공의 공백으로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대전 본원과 세종 분원 의료진과 행정직을 통합,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에 나선 상태다.

충남대병원 세종 분원은 4200억원대 막대한 차입금으로 정상적인 재정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로 알려졌다. 대전 본원도 매달 수백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하면서 부실 경영에 빠진 상태다.

의료계에서는 병원들이 도산 위기에 처하는 참담한 상황인데도 정부는 미봉책만 반복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은 최근 충남대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작은 병원도 아닌 중부권 거점 국립대학의 충남대병원이 디폴트 위기에 처했다"며 "지역의료를 책임지는 대학병원들조차도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현재 의료계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치킨게임처럼 어리석은 미봉책만 반복하는 중"이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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