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해 의협회장 후보들이 "지금이야말로 의사들이 사회적 역할을 하거나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전국대표자대회를 개최하기로 잠정 결정했으며, 빠르면 내일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의협 비대위는 별다른 입장을 내고 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나온 4차 회의 브리핑문에서도 대학총장에게 2025년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을 촉구할 뿐 현 탄핵 정국과 관련해 계엄의 위헌성을 비판하거나 탄핵 관련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
게다가 협회 차원에서 탄핵 집회에 참가하거나 시민들을 위한 의료 지원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서울시의사회와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의료지원단에 참여한다.
의협 비대위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해 의협회장 후보자들은 "강력하게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행동을 촉구하면서도,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유지하며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호 1번 김택우 후보는 "비대위에서 회원들의 이 같은 목소리를 다 들었을 것"이라며 "내부 논의를 거쳐 가장 최선의 방책을 강구하고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제가 먼저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내고 이슈 파이팅을 하는 것도 방책이겠지만 지금은 비대위가 의료계 전체를 대표하고 있다. 그들이 방향을 정하면 합심해서 함께 가겠다"고 덧붙였다.
기호 2번 강희경 후보는 "계엄 당시 서울의대 비대위는 성명을 짧게라도 내기로 했다"며 "힘이 없는 일개 의대 비대위도 그랬는데, 의협 비대위에서는 더 강력한 성명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강 후보는 "집회에서의 의료 지원 등 국민이 필요로 하는 의사 대표집단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일각에선 정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하지만, 의료지원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기호 3번 주수호 후보는 "비상계엄 같은 극단의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 같고, 계엄령 선포 후 해제된 이후 비대위에서 성명서나 입장이 없는 부분에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고 짚었다.
주 후보는 "여러 루트로 들어보니 대부분의 비대위원들이 즉각적인 반응보다는 지켜보자는 쪽으로 의견을 전했다"며 "집회가 필요하다면, 정치적 성향이 배제된 의사들만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집회가 필요하다"고 했다.
기호 4번 이동욱 후보는 "그런 목소리가 많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어서 비대위에 강력 투쟁에 대한 의견을 전했다"면서 "경기도의사회가 하는 투쟁을 비대위에서 추진하라는 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집회장소도 다 준비돼 있고, 출퇴근길에 현수막, 천막 등도 다 준비돼 있다"면서 "강력히 투쟁해야 한다. 지금이 마지막 시기다. 입시가 진행되고 있지 않느냐. 정말 절체절명의 시기"라고 역설했다.
기호 5번 최안나 후보도 "발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시점"이라며 "비대위 체제로 전환될 때 이런 점을 우려했다. 대통령이 탄핵되는 시점에 의협은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 아쉽다"고 호소했다.
최 후보는 "그러나 지금은 전적으로 비대위를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며 "비대위가 흔들리거나 흔들어서도 안 된다. 단, 입장문을 발표하며 주장만 할 때가 아니라 회원들의 총의를 모으고 결단,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의협 비대위도 이 같은 회원들의 분위기를 읽고 궐기대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장소나 일정 등을 고려해 전국대표자대회를 열기로 잠정 합의했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모두가 계엄을 비판했지만 중요한 것은 현재 빚어지고 있는 의료농단, 의대증원 문제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잘 설명해야 할지 신중히 검토하는 게 맞다고 여겨 미룬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11일 전국대표자대회를 열기로 잠정 결정했다"면서 "비대위가 결정은 하지만 지역의사회, 대의원회, 집행부와 의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조율이 끝나 내일경 공지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