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후 환자의 생체지표를 분석해 통증 정도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인공지능(AI)이 개발돼 객관적 수치에 따른 환자 맞춤형 통증 관리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신항식 교수·류가연 연구원, 마취통증의학과 최병문·최재문 교수팀은 "환자들의 주관적인 통증 호소를 객관적 지표로 분석하기 위해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한 수술 전반의 새로운 통증 평가방법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현재 통증 평가는 환자에게 묻고 1~10점 척도로 매기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환자마다 호소하는 통증 강도가 달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고 의식이 없는 환자나 마취 등으로 진정 상태에 있는 환자는 통증 표현이 어려웠다.
이에 연구팀은 '광용적맥파'에 주목했다. 광용적맥파는 광학적 방법을 통해 맥박에 따른 혈액량 변화를 감지하는 신호로, 흔히 수술시 손가락 끝에 장착하는 맥박산포화도 측정기 등 신체 부착 센서를 이용해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통증이 발생하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돼 심박수가 빨라지고 말초혈관이 수축하는 등 자율신경계가 미세하게 변화, 미세혈관층 혈액량 변화를 감지하는 광용적맥파로 이런 특징을 파악해 새로운 머신러닝 모델에 적용하면 수술 도중 및 술 후 통증 발생 정도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연구팀은 서울아산병원에서 다양한 수술을 받은 환자 242명의 혈압, 심박수 및 광용적맥파 신호로 얻어진 통증 관련 수치들의 변화를 측정하고, 이 중 통증 예측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 6개 특징을 선별한 뒤 이를 머신러닝 모델에 입력해 수술 중·후 통증 발생 정도를 확인했다.
그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머신러닝 모델의 수술 중 통증 평가 정확도는 기존 모델 정확도 83%를 유지했으며 수술 후 예측에서는 93%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기존 통증 평가 모델은 수술 후 정확도가 58%에 그쳐, 수술 후 통증 평가 예측 정확도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광용적맥파 면적 변화 및 맥박 간격 변동성, 기저선 변동성 등이 중요한 통증 예측 인자로 확인됐으며, 기존의 통증 파악 모델에서 고려하지 않던 수축기 상한선 변동성과 맥박 너비도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병문 교수는 “이번 머신러닝 개발로 진정 상태에 있는 환자나 기관내 삽관을 받은 환자처럼 의식이 없는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통증 정도를 평가할 수 있게 돼 향후 환자 맞춤형 통증 관리에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디지털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NPJ 디지털 메디신' 최근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