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肝) 수치와 별도로 혈액 내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따라 항바이러스 치료를 일찍 시작해야 만성 B형간염이 간암이나 사망으로 이어지는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임영석 교수팀은 "혈중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중등도 이상인 만성 B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한국과 대만 22개 병원의 만성 B형간염 환자 734명을 등록했다.
환자들은 간경화가 없었고 간 수치가 정상 범위였으나 혈중 간염 바이러스 농도가 중등도 혹은 높은 수준(4 log10IU/mL에서 8 log10IU/mL)에 해당됐다.
연구팀은 이들을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는 그룹(369명)과 치료 없이 관찰만 하는 그룹(365명)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치료군은 B형간염 항바이러스 치료제인 테노포비르 알라페나미드(TAF)를 하루 한 알 복용했다. 이후 약 17개월 동안 관찰하며 간암, 간부전, 간이식, 사망 등 주요 평가지표 발생을 분석했다.
그 결과, 치료군에서는 주요 평가지표 발생률이 연간 100명당 0.33명, 관찰군은 1.57명으로 나타났다. 즉 치료군에서 간 관련 중대 부작용 발생 위험률은 대조군에 비해 79% 더 낮았다.
치료군에서는 간암 발생만 확인된 반면 관찰군에서는 간부전과 사망 사례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평가지표를 제외하고 나머지 심각한 이상반응 발생율은 치료군에서 6%, 관찰군에서 7%로 유사했는데, 이는 조기 항바이러스 치료가 부작용을 높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선행연구에서 간경화가 없고 간 수치가 정상인 만성 B형간염 환자에서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혈액 1mL당 100만 단위 근처일 때 간암 발생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세계 처음 보고한 바 있다. 아울러 이를 대만과 홍콩 등 대규모 다국적 환자를 대상으로 재입증했다.
또한 혈중 간염 바이러스 수치가 위험 구간에 있던 환자들은 장기간의 치료에도 간암 발생 위험도가 절반 정도 낮아질 뿐 여전히 가장 높은 위험도를 유지하는 것을 밝혀냈다.
임영석 교수는 "만성 B형간염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약제가 개발돼 있지만 현재는 치료기준이 엄격하다 보니 B형간염 환자 5명 중 1명만 치료제를 처방 받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연구결과와 선행연구에서 축적된 근거를 바탕으로 만성 B형간염에 대한 임상진료 가이드라인과 건강보험 급여기준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만성 B형간염 환자에게 조기에 항바이러스 치료를 적용하면 향후 15년간 약 4만3000명의 간암 발생과 약 3만7000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란셋 위장병학·간장학'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