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대표적인 만성질환 당뇨병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정책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젊은 당뇨병 환자들은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사안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성이 높아 보인다.
이들은 악화 가능성이 크고 합병증 위험이 높아 조기진단과 함께 치료가 중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40세 미만 젊은 나이에 발생한 당뇨병 유병률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국내 당뇨병 발병률은 점차 감소세를 보이지만 20~30대 젊은 환자가 늘고 있다. 특히 체질량지수 30 이상이 30%가 넘는 등 고도비만을 동반한 2형 당뇨병이 크게 증가했다.
최근 대한당뇨병학회 공식 저널 ‘DMJ(Diabetes & Metabolism Journal)’에는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내분비대사학교실 하경화·김대중 교수팀의 ‘Rising Incidence of Diabetes in Young Adults in South Korea: A National Cohort Study’ 논문이 게재됐다.
해당 논문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베이스(DB)를 바탕으로 국내 20세 이상의 당뇨병 환자(102만1,208명) 자료를 분석, 연령별 당뇨병 발병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40세 이상 당뇨병 발병률은 2015년까지 매년 약 0.1% 감소했다. 특히 2006년 1000명당 20.2명이었던 70~79세 고령 당뇨병 환자는 해마다 점점 줄어 1000명당 13.7명으로 줄었다.
연구팀은 “고령 당뇨병 발병률 및 사망률 감소 원인으로 당뇨병 고위험군에 대한 교육과 당뇨병 예방 캠페인을 비롯한 여러 활동이 효과를 봤다”고 분석했다.
반면 같은 기간 20~29세와 30~39세의 젊은 연령층에서의 당뇨병 발병률은 늘었다. 20~29세의 발병률은 1000명당 0.5명에서 0.7명으로, 30~39세 발병률은 2.0명에서 2.6명으로 증가했다. 젊은 당뇨병 환자 비중은 51.4%에서 72.4%로 확대됐다.
이 같은 양상은 국내 뿐 아니라 미국, 중국 등 세계적으로 비슷하다. 2018년 중국 자료에 따르면, 20~30대 젊은층 당뇨병 발병률은 2008년 3.2%에서 2013년 5.9%로 증가했다.
특히 체질량지수(BMI)≥30.0kg/㎡ 이상인 젊은 비만자에서의 2형 당뇨병 증가가 두드러졌다.
이 기간 동안 당뇨병을 진단받은 20~39세의 70%가 비만이었다.
비만 등급Ⅱ(BMI 30.0~34.9kg/㎡)인 사람의 당뇨 발병률은 11.2%에서 20.4%로 증가했고, 비만 등급Ⅲ(BMI≥35.0kg/㎡) 발병률은 10.2%로 집계됐다.
“교육·상담·관리 중요한 젊은 당뇨환자, 기존 건강보험체계에서는 소홀”
전문가들은 “젊은 나이에 당뇨병이 발병하면 평생 동안 합병증 위험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들의 당뇨병 예방을 위한 조기진단과 체중조절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환자단체에선 “젊은 당뇨병 환자들이 사회 진출 과정에서 겪고 있는 차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치료 비용도 문제다. 소아청소년과 청년층에서 많은 1형 당뇨는 기본적으로 의료비 지출이 더 큰 데다 합병증이 동반될 경우 의료비가 폭증해 가계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환자가족위원회 서재선 대표는 “젊은 당뇨병 환자들은 취업 준비를 할 때 당뇨병이 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으려 한다. 공개하면 미리 색안경을 끼고 낙오시켜 버리기 때문”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1형 당뇨병 환자는 안전상 문제로 취업을 제한하는 분야가 있는데, 반대로 당뇨병 사실을 밝히더라도 갈 수 있는 영역도 있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1형 당뇨병 환자에 대해 장애인 등록을 가능케 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의료 현장에선 젊은 당뇨병 환자들이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소청과와 장·노년층을 위주로 진료하는 내과 사이에서 제대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림대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강민재 교수는 “소청과에서 진료받던 어린 1형 당뇨병 환자들도 나이가 들면서 주변 시선을 의식해 내과 진료를 원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2형 당뇨병 환자가 많은 내분비내과에서 1형 당뇨병 환자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환자의 생활 패턴 등에 대해 파악해야 적절한 인슐린이나 혈당 조절 관련 가이드를 해줄 수 있는데 내원환자가 많은 내과가 현행 수가와 제도 내에서 실천하기에는 쉽지 않다”고 상황을 전했다.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김대중 교수 역시 “당뇨병은 단순히 진료 뿐 아니라 교육·상담·관리가 매우 중요한데 기존 건강보험체계는 이 같은 부분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최근 발의된 소아청소년 및 청년 당뇨병환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안처럼 별개 시스템을 만들고 국가와 지자체가 예산을 통해 지원할 수 있게 한다면 보다 안정적으로 젊은 당뇨병환자를 관리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