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와 관리를 위해서는 환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의료적 접근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시선은 비만을 질병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국내외 비만 전문가들의 견해와 궤를 같이 하는 발언으로 국내 비만 치료 급여화를 위한 대한비만학회의 활동에도 힘을 실었다.
세계적인 비만 치료 전문가인 Lee M. Kaplan 교수는 최근 열린 대한비만학회 학술대회에서 비만 치료의 세계적 추세와 전문가로서의 견해를 밝혔다.
Kaplan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연구한 결과, 환자가 스스로 비만을 관리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효과가 미미하다"며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식사 조절과 운동을 권장하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5% 수준에 불과하며 운동의 경우 2~3%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장기간에 걸쳐 누적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대의 비만 관리 모델은 단순한 생활습관 교정이 아니라 의료적 치료를 우선으로 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비만은 질병, 1차진료 역할 강화 필요"
Kaplan 교수는 비만 치료를 위해 1차 진료 현장 역할과 교육 확대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비만은 매우 흔한 질병이지만 이를 치료하고 관리할 수 있는 충분한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1차 진료 현장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현재 1차 진료 현장에서 비만 치료에 대한 교육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있다"며, "보다 나은 교육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교육이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Kaplan 교수는 "비만은 질병이며 단순한 생활습관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며, "의료적 개입과 맞춤형 치료, 그리고 적절한 자원 배분이 이루어질 때 비만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전자 맞춤형 비만 치료 → “바이오마커 연구 부족 시기상조”
Kaplan 교수는 비만 치료에서 유전적 요인 중요성을 강조하며 맞춤형 치료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비만 치료제는 현재 100가지 이상 개발 중이며 각각의 치료제는 서로 다른 기전을 가지고 있다. 같은 치료제라도 어떤 환자는 효과를 보이지만, 다른 환자는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다. 이때 유전적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유전적 바이오마커를 통한 치료 반응 예측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비만 치료제에 대한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연구가 더욱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비만 중증도를 판단하는 과정에서도 유전적 요인과 영상 마커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MRI를 통해 심장이나 근육 손상의 정도를 분석하는 마커를 활용하면, 환자 합병증 발생 가능성을 보다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만치료 자원 배분 지적
비만 치료제의 효율적인 자원 배분도 중요한 문제로 지적했다. 국내에서는 미용적 목적으로 무분별한 비만 치료제 처방하는 문제에 대한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Kaplan 교수는 "비만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 제한된 의료자원이 제대로 배분되지 않으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며 "비만하지 않은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은 의료 자원의 불공정한 사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는 "비만치료제 안전성은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면서도 "진정으로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의료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더 걱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