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학생들의 집단 휴학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대학들은 복귀 시한을 제시하며 설득에 나섰다. 총장과 학장들은 유급과 제적 가능성을 거론하며 복귀를 호소하고 있지만, 학생들은 단일대오를 강조하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압박 속에서 대학과 학생 간의 대치는 더욱 팽팽해지고 있으며, 복귀를 고민하는 학생들까지도 동료들의 시선을 의식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총장·학장단 "복귀해야 한다" 호소
17일 교육계에 따르면 충북의대는 지난 주말 학장 명의 서신을 학생들에게 보내 "대한민국 의료 미래를 책임질 학생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더 늦기 전에 학업에 복귀해 배움을 이어 나가 주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의예과 학생들은 3월 4주차까지 수업을 듣지 않을 경우 성적이 F학점 처리될 수 있으니 이때까지는 반드시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복귀하지 않은 의학과 학생들에게도 "학사 일정을 엄격하게 지킬테니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고 전했다.
영남의대 원규장 학장을 비롯한 학장단 교수들도 지난 14일 소속 학생들에게 서신을 보내 복귀를 설득했다.
학장단은 "누구보다도 따뜻한 의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던 제자들 모습이 너무나도 그립다"며 "대학은 인내하면서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왔지만, 이제는 현실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교육부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3058명으로 결정한 사실을 언급하며 "학사일정 등을 고려할 때 학생들은 이달 24일까지 복학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알렸다.
학장단은 "대학은 이에 맞춰 현재 진행되는 수업을 녹화하는 등 학생들 복귀에 최선을 다해 대비하고 있다"면서 "최외출 총장도 학생들의 수업 정상화를 위해 대학 차원에서 가능한 최대한의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건의료 환경개선을 위한 여러분들의 노력은 이해하겠으나, 나머지 해결 과제들은 선배 의사들에게 맡기고 지혜로운 판단을 해 강의실에서 다시 만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호소했다.
이들 대학에 앞서 서울대‧연세대‧전남대‧가톨릭대‧인하대‧조선대‧고려대‧차의과대‧건양대‧가천대 등 의대를 운영하는 다수 대학이 학생들에게 복귀 시한을 알리며 설득에 나섰다.
특히 고려대는 복귀 시한을 21일로, 가톨릭대‧연세대‧전남대‧차의과대는 24일로, 서울대는 27일로 정하는 등 3월 말까지 복귀하지 않을 경우 제적 등의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지역의대 A학장은 "대학 차원에서도 학생들의 학습권을 최대한 보장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학사 일정과 수업 운영에 한계가 있다"며 "더 이상 복귀 시점을 미룰 경우 학생들도, 대학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학생들이 복귀 의향을 내비치고 있으나 여전히 상당수는 단일대오를 유지하려는 분위기"라며 "특히 복귀를 고민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동료들과의 관계를 고려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A학장은 "학생들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이해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만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복귀 강요는 협박"…학생들 반발 거세져
하지만 학생들은 대학의 설득과 경고에도 불구하고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지난 7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와 대학은 미복귀시 5058명을 뽑겠다고 협박하고 있다"며 "학생을 협박할 거면 다시는 학생을 위한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복귀에 앞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철회 ▲붕괴된 의료전달체계 확립 ▲24·25학번 교육 파행 해결 ▲재발 방지를 위한 투명한 보건의료 정책 거버넌스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회의에서 필수의료 패키지 철회에 대해 "이미 상당수 과제가 이행 중인 상황에서 이런 주장은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는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 강화 등 의료현장에서도 공감하는 내용이 많이 포함돼 있으며, 각계 의견을 충분히 듣고 함께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복귀자는 동료 아니다" 의대생 내부 분열 심화
정부와 대학의 복귀 압박이 강해지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단일대오'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잡음도 흘러나오는 모양새다.
일례로 건국의대 본과 2‧3학년 학생들은 일부 복귀하는 학생들을 향후 활동에서 배척하기로 결정하는 등 소속 학생의 복귀를 방해해 논란을 빚었다.
건국의대 본과 3학년 일동은 최근 입장문을 내고 "지난해 10월 2명의 이탈자가 복귀해 19주간 실습만 이수한 채 진급했다"면서 "이들을 더 이상 동료로 간주하지 않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2월에는 휴학계를 미제출한 5명의 학우에게 개별 연락을 취했고, 복귀 철회 의사가 없으며 추가 소명 의사도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추가 이탈자 역시 더 이상 동료로 간주하지 않겠다. 복귀의 타당성을 입증하지 않는 한 향후 모든 학문적 활동에 참여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건국의대 본과 2학년생들도 입장문을 통해 복귀자 1인에 대해 "더 이상 우리의 동료로 간주할 수 없으며 학업과 관련된 학문적 활동에 함께 할 수 없음을 명확히 한다"고 했다.
이에 강희경 전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서울의대 교수 4명은 지난 17일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의대생들의 이같은 행태를 질타했다.
교수들은 "사태 초기 우리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면서도 "하지만 사태가 지속되면서 여러분들에게 실망하고, 절망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환자에 대한 책임도, 동료에 대한 존중도, 전문가로서의 품격도 찾아볼 수 없는 말들이 넘쳐난다"며 "(전공의와 의대생들은)의료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로드맵도, 설득력 있는 대안도 없이 1년을 보냈다. 오직 탕핑과 대안 없는 반대만 있을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재의 투쟁 방식과 목표는 정의롭지도 않고, 사회를 설득할 수도 없다"며 "이런 투쟁 방식에 계속 동조할지, 아니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지 선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건국의대 외에도 새 학기 의대 수업을 앞둔 지난 2월 수업 불참을 강요하거나 복귀한 의대생을 비난하는 게시 글이 다수 확인돼 경찰은 이 중 5건에 대해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도 2개 의대 학생회가 신입생들에게 수업 거부와 휴학을 강요한 정황을 포착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조규홍 장관은 "일부 의대에서 학생들 복귀를 방해하는 행위가 일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며 "정부는 이런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복귀 시한이 다가오면서도 접점은 보이지 않고 있다. 설득과 경고, 반발과 결속이 맞부딪히며 의대 내부의 대치는 계속되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