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수련병원의 2025년도 상반기 전공의 추가 모집이 극히 저조한 지원율을 기록하며 실패로 돌아갔다.
정부는 전공의 수련 개선 방안을 내놓으며 의료계 불신을 해소하려 하지만, 정작 의료계가 요구하는 핵심 사안들은 제대로 내놓지 않고 있어 의정 갈등 해결이 요원한 상황이다.
전공의 추가 모집했지만 '극소수만' 지원
지난 2월 28일 마감된 전공의 추가 모집에서 지원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2월부터 전공의 모집을 여러 차례 진행했지만, 지원율은 한자릿수에 그치며 파행이 이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모집 당시에도 전공의 복귀율이 2.2%에 불과했고, 이번 추가 모집에서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실제로 빅5 병원을 포함 전국 주요 수련병원에도 지원자가 거의 없었다. 서울 소재 빅5 병원 관계자는 "지원 문의조차 거의 없었다. 일부 과에서 관심을 보였지만 실제 지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전공의들이 여전히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지 않는 가운데, 정부는 추가적인 모집을 진행하지 않을 계획이어서 의료인력 공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전공의들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수련체계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의료계는 정부가 논의해야 할 핵심 사안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의료계는 특히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의료인력추계위원회(이하 추계위)와 관련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추계위의 결정이 정부 정책에 종속될 우려가 있으며, 의료계 전문가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것"이라며 법안 재고를 촉구했다.
의료계는 올해 의대교육 개편 방향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이 나오지 않다는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장기적인 진로를 결정하는 데 필요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 인력 양성의 핵심은 단순한 정원 확대가 아니라, 교육 과정과 실습 환경을 어떻게 개편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인력 부족, 응급실 환자 감소 등 국민 피해로 이어져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되며 의료 현장 피해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빅5 병원 의사 수는 전년(7132명) 대비 35.9% 감소한 4570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빅5 병원의 인턴은 전년(628명) 대비 97.3% 줄어든 17명, 레지던트는 2114명에서 213명으로 89.9% 줄었다.
이와 함께 응급실 환자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심평원으로 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전국 47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내원 환자는 6만4416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14만9307명) 대비 56.86% 감소했다.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교수와 전임의들이 버티고 있지만, 장기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의료계의 우려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현재 응급실은 전공의 이탈로 인해 전반적인 진료 역량이 떨어져 환자를 충분히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병원으로 돌아오려고 한 전공의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떠났고, 연차를 가리지 않고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 다수가 올해 군의관으로 빠지게 돼 향후 3년간 파행은 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본다"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의료 위기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정부와 의료계 갈등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기존 정책을 유지하며 물러서지 않고 있고, 국회의 중재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월 새 학기가 시작되지만, 의대생들조차 복귀하지 않고 있어 향후 의료 인력 공백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전공의와 의대생들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의료인력 수급정책과 의대교육 마스터플랜이 시급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일관된 주장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부와 국회는 이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의료계 핵심 요구를 외면하는 한 전공의와 의료진 이탈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