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이끌 새 수장이자 구원투수로 제임스박 전(前) 지씨셀 대표이사를 임명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출범 후 2년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경험 및 전략, 사업개발 전문가로 대표를 교체하며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제임스박(58) 전 지씨셀 대표이사를 내정했다"고 2일 밝혔다.
제임스박 내정자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 화학공학 학사를 전공, 컬럼비아대학교 산업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글로벌 제약사 머크(Merck),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삼성바이오로직스 글로벌영업센터장(부사장)을 거쳐 최근까지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전문기업 지씨셀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특히 BMS재직 시절 전임상 단계부터 상용화에 이르는 의약품 공정개발 및 품질관리(Chemistry, Manufacturing and Controls; CMC) 분야 실사에 참여해 라이선스 인아웃 및 인수합병(M&A)을 포함한 사업개발을 총괄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다양한 글로벌 기업과의 수주 계약을 성사시킨 바 있다.
최근에는 지씨셀 주력 제품인 자가 유래 항암면역세포치료제 '이뮨셀엘씨(Immuncell-LC)주' 기술이전 계약을 주도하며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했다.
롯데그룹 유동성 위기설…롯데바이오로직스는 설립 이후 2년간 수주 전무
업계에서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수장 교체가 롯데그룹 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롯데그룹은 최근 핵심 자산인 롯데시티호텔 2~3곳과 롯데렌탈, 롯데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 매각에 속도를 내면서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였다. 최근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쇄신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2022년 설립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BMS으로부터 시러큐스 생산시설을 1억6000만 달러(약 2020억 원)에 인수해 생산시설을 확보하며 바이오 사업을 시작했다.
다만, 목표로 ▲2030년 매출 1조 원 달성 ▲글로벌 CDMO 톱10 기업 등을 세웠지만 설립 이후 수주는 전무한 상황이다. 지난해 매출도 시러큐스 공장 가동으로 올린 228억 원이 전부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30년까지 4조6000억 원대 투자를 통해 송도에 메가 글로벌 수준의 바이오 캠퍼스를 짓고 있다. 필요한 자금은 증자와 차입으로 메꾸고 있다.
자금 투입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만큼 성과도 시급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제임스박이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그간 밝힌 사업 목표를 이끌어갈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글로벌 수주를 성사시킨 이력이 있으며,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신규 모달리티로 검토 중인 CGT 관련해서도 지씨셀에서 경험을 쌓았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제임스박 내정자 영입을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턴어라운드의 발판을 마련함과 동시에 한국과 미국 임직원들을 원활히 이어줄 교두보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신임 대표이사는 경영 전반에 대한 전문성과 글로벌 수주에 탁월한 리더십을 가진 적임자"라고 말했다.
한편, 제임스박 내정자는 향후 임시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거쳐 신임 대표이사로 정식 선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