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기업들이 까다로운 허가 장벽이 부담돼 미국으로 떠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허가와 승인을 모두 구분없이 엄격하게 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석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회장은 27일 식약처 출입 전문지 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이 같은 쓴소리와 함께 협회 운영 계획 및 바이오 시장 전망 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글로벌 바이오헬스 시장은 2023년 약 1조4582억 달러 규모로, 그중 바이오의약품이 약 5469억 달러로 전체의 약 38%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바이오헬스 시장은 글로벌 시장 대비 1%도 안되지만 최근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글로벌의 약 2배에 달하는 10.2%를 기록했다. 생산액은 5조원을 돌파했다.
"정부 부처, 산업 육성 위해 지원책 마련했지만 허가·심사단계 가면 벽에 부딪혀"
이에 정부는 '바이오'를 반도체와 함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삼고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통신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부처들이 산업 육성에 뛰어들었다.
이정석 회장은 "산자부, 과기부, 복지부 등이 각기 산업 육성을 위해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막상 허가·심사 단계에 가면 벽에 부딪힌다"며 "식약처는 개별 품목별로 접근하다보니, 큰 그림을 보기보단 제 역할에만 충실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식약처도 관점을 조금씩 변화해야 한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경우 임상승인계획(IND) 승인은 쉽게 내주지만 신약허가신청(NDA)은 매우 엄격하게 심사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반면 한국은 임상 승인도 신약 허가 구분 없이 까다롭게 살펴본다"며 "바이오벤처들이 임상계획서를 내면, 허가 심사하듯 검토하고 시간도 상당히 소요되기도 한다"며 업계 불만을 전했다.
임상 단계부터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자 국내 유망한 바이오벤처들은 국내 시장을 떠나 글로벌 시장에서 신약 개발 기회를 찾고 있다는 것이다.
"민관협력체 통해 가이드라인 제개정 및 법률 제안"
바이오의약품협회는 이 같이 산업계와 규제기관 간 소통을 장려하고, 바이오의약산업을 지원하며 국제 경쟁력 제고 및 법령·제도·정책 등 민·관 협력 강화를 위한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정석 회장은 "민관 합동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콘트롤타워인 '바이오의약품 산업발전 전략기획단(Dynamic Bio)'을 운영하고 있다"며 "169개사 513명이 참여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이내믹 바이오를 통해 식약처 가이드라인 개정 4건, 가이드라인 마련 7건, 법률 제정안 1건을 마련했다"며 "올해도 바이오의약품 제조방법 변경사항이 중요도 분류 등 신규 과제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올해 인공지능 기반 R&D 혁신, CDMO(의약품위탁개발 및 생산) 시장 확대, 실사용 데이터(RWD) 및 실사용 근거(RDW) 활용 확대, 글로벌 규제 환경 변화 등이 바이오 산업계의 주요 이슈로 보인다"며 "이 같은 변화를 산업계가 반영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협회 차원에서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