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으로 대형병원 환경이 변하자 병원 약사들도 역할 재정립을 모색하고 나섰다.
전공의 빈 자리를 진료지원(PA) 간호사가 메우고 있는 상황에서, 그간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배출된 전문약사들을 ‘병동전담약사’로 투입, 환자안전을 향상시킨다는 취지다.
5일 오후 한국병원약사회는 서울 서초구 소재 병원약사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정경주 회장(용인세브란스병원)은 “새 집행부 중점 추진 사업으로 ‘병동전담약사TF’를 신설해 병동전담약사의 표준활동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경숙 법제부회장·전문약사운영단장(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해부터 의정사태가 길어지며 진료환경이 변화, 병동전담약사 필요성이 커졌다고 봤다.
최 부회장은 “전공의들이 없어 전담간호사들이 내원 환자 지참약을 확인하는데, 이에 대해 약제부서로 상당히 많은 문의가 오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 같은 의약품 안전관리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병동전담약사를 두고 있는 병원은 현재 세브란스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등 3곳으로 확인됐다.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심혈관질환·신경외과 응급실에 약사들이 2~4시간씩 상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TF 신설, 세브란스·분당서울대·양산부산대병원 현재 활동
전공의 없는 상급종합병원 구조조정 전환…병동약사 표준모델 구축
미국·영국 등에서는 이미 활약 중이며 '약사 적정 업무범위' 등 법제화 추진
최 부회장은 “의사는 병동에 상주하는 전문의인 ‘입원전담전문의’가 있고, 간호사는 전담간호사가 있지 않냐”며 “기존에 배출된 전문약사를 병동전담약사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치러진 제1·2회 국가 전문약사 자격시험 합격자는 총 721명으로 상급종합병원 근무 약사가 546명을 차지한다.
영국·미국 등 해외에서는 이미 병동전담약사가 활동하고 있고, 이들에 대한 수가도 책정했다. 가까운 일본은 2012년부터 병동에 약사를 배치하고 의약품 안전관리 행위에 대한 수가를 지급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내과 병동에 병동전담약사가 활동하는 경우 의약품 사용 과오가 45% 감소하고, 환자의 임상 결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오가 94% 줄어들었다는 보고도 있다”고 기대효과를 소개했다.
병원약사회는 병동전담약사가 활동하고 있는 국내 의료기관 3곳의 현황을 공유하고 병동전담약사 역할 및 표준모델을 구축할 계획이다.
나아가 업무범위 법제화까지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참고할 선례는 정부 시범사업에 이어 올해 6월 간호법 시행으로 업무범위가 법제화되는 PA간호사다.
최 부회장은 “전담간호사 업무범위 법제화·수가체계 도입 현황을 공유하고, 병동전담약사의 합법적 업무범위와 적정인력 및 배치 기준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사, 간호사, 약사가 각자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서 환자 안전에 기여하겠다”며 “기존에도 다학제팀으로 약사들이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성과를 보여주면 병원 경영진도 활동 필요성에 공감할 것”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