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임신한 여성이 콜린(비타민B 복합체) 섭취를 늘리면 취학 연령까지 자녀의 주의력과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임신부의 풍부한 콜린 섭취는 또 태아의 신경을 보호하고 인지 기능 손상을 완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경 발달을 저해하는 요인으론 태아기 스트레스 및 알코올 노출, 자폐증, 간질, 다운 증후군 등이 지목됐다.
그러나 임신부가 먹는 태아기 권장 비타민에 콜린은 들어가 있지 않다. 그 결과, 임신부의 90% 이상이 권장량보다 훨씬 적은 콜린을 섭취한다고 한다.
논문의 공동 수석저자인 스트럽 교수는 "임신 기간에 섭취하는 표준 비타민에 콜린을 추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임신부가 콜린 섭취를 늘리면 장기적으로 자녀의 주의력과 기억력을 개선하는 데 이득이 된다는 건 동물실험을 통해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다.
콜린을 충분히 섭취하면 알츠하이머병 유전자(APOE 4) 보유자의 뇌세포 손상이 반전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 유전자는 뇌세포의 지질 대사 및 스트레스 반응 능력을 손상하는 분자 경로에 관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MIT 차이 리-후에이 박사팀, 2021년 3월 저널 '사이언스' 논문 참조)
스트럽 교수팀의 이번 연구는 취학 연령인 만 7세 자녀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주의력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그동안 비슷한 연구는 몇 건 있었지만, 자녀가 취학할 때까지 추적한 건 처음이다.
연구팀은 임신부와 자녀를 두 그룹으로 나눠 시험했다. 임신 기간의 후반 3개월 내내 한 그룹은 권장량(하루 450㎎)을 약간 초과하는 480㎎, 다른 그룹은 권장량의 두 배가 넘는 930㎎의 콜린을 매입 섭취하게 했다.
480㎎을 섭취한 여성의 자녀는 만 7세가 됐을 때 지속적 주의력이 있어야 하는 테스트에서 시종일관 정확도가 낮았다.
930㎎ 섭취 여성의 자녀는 같은 테스트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높은 수준의 정확도를 유지했다. 이는 새끼 밴 생쥐 암컷과 새끼를 대상으로 콜린 보충의 주의력 개선 효과를 실험한 결과와 유사했다.
그동안 콜린 섭취를 늘린 암컷의 새끼에게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주의력 개선 및 신경 보호 효과가 인간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스트럽 교수팀은 같은 실험군을 장기간 관찰하면서 의미 있는 테이터를 많이 축적했다. 예를 들면 권장량의 두 배로 콜린 섭취를 늘린 여성의 자녀는 태어나서 만 1세가 될 때까지 뇌의 정보 처리 속도가 대조군보다 빨라진다는 걸 확인했다.
공동 수석저자를 맡은 같은 대학의 리처드 캔필드 교수는 "임신 기간에 섭취한 콜린이 자녀의 유아기 인지 발달 프로그램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걸 시사한다"라고 지적했다.
결론은 자녀 인지 기능을 더 좋아지게 하려면 임신 기간에 콜린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임신부의 콜린 보충을 권장하는 가이드라인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연구팀은 제안했다.
현행 가이드라인은 남성의 간 기능 이상을 예방하는 데 필요한 콜린 섭취량을 반영해 1998년에 제정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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