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샘근무·코로나 후유증에도 강제근무"
사직 전공의들 "너무 열악한 환경"···박단 "전공의법, 근로기준법 수준 개선"
2025.03.10 12:39 댓글쓰기

지난 2015년 전공의특별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공의들 수련환경이 열악하다고 사직 전공의들이 토로했다. 


이에 전공의 휴게시간을 수련시간으로 포함하는 등 전공의특별법을 근로기준법 수준으로 개정하는 방법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오늘(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국회입법조사처·대한의사협회·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주최한 '의료현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대화 :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前 대학병원 전공의협의회 대표 2명은 이날 자신과 동료들이 겪었던 열악한 수련환경을 낱낱이 밝혔다.  


앞서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이날 토론회 공개발언 지원자를 받았지만, 이날 발언에 나선 이들은 2명 뿐이었다. 병원과 의국 내 불이익이 두려웠던 탓이라는 설명이다.  



"코로나19 후유증 시달리는 와중에도 주 120시간 근무 했다"

"임신 초기부터 출산 수일 전까지 36시간 연속근무를 계속 했다"

"하루 평균 19시간 일했고, 밤을 새지 않는 날은 수요일 단 하루"


김은식 前 세브란스병원 전공의협의회 회장은 가정의학과 수련 도중 사직해 현재 경기도 소재 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김 前 회장은 "임신했던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전공의들의 경우,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초기부터 출산 수일 전까지 다른 전공의와 마찬가지로 야간 당직을 포함해 36시간 연속근무를 강제로 수행했다"며 "전공의들 동의를 구하는 절차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당시 의국으로부터 '임산부 야간당직 및 시간 외 근무를 할당하는 게 법에는 저촉되나 의국 역사상 임신 전공의가 이를 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선택하라'는 말을 들어 사실상 암묵적 강요를 받았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공의 B씨는 임신 초기부터 당직 근무를 서 왔는데, 퇴근 후 자택에서 복통을 느껴 응급실에 왔다가 다음날 응급수술을 받아야 했다는 게 김 前 회장 설명이다. 


김 前 회장 본인도 코로나19 유행 당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소아청소년과에 파견 근무를 나가 있었는데, 코로나19에 확진돼 1주 간 자택에서 격리조치된 바 있다. 


그는 "격리해제가 된 후 병원이 '격리기간 동안 근무하지 않았으니 나머지 파견 일정 동안 4주 평균 80시간에 맞게 근무하라'며 강제했다"며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주 120시간 고된 근무를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근무표를 공개하며 "근무 시작 전 환자 파악, 근무 종료 후 환자 인계에 소요되는 시간까지 따지면 하루 평균 19시간 근무했고, 휴게 시간은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며 "밤을 새지 않는 날은 수요일 하루 뿐이었다"고 토로했다. 


김준영 前 순천향대병원 전공의협의회 회장은 내과에서 수련했다. 그는 내과 전공의 1년차 한 달 당직표를 보여주면서 "매일 3시간 이상 초과근무를 하게 되고, 주 80시간 이하로 근무한 건 전체 수련기간의 4분의 1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중한 업무에도 불구하고 실실적인 전문의가 되기 위한 경험은 채우지 못했다"며 "저는 수련 기간 동안 독립적으로 외래 진료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수술과의 경우 의료원 전체에서 전공의에게 주요 수술 단독 집도 기회를 주는 과는 사실상 없었다"고 밝혔다. 


또 "제대로 된 지침을 갖추지 않는 진료과가 대부분이고 전공의는 몇 장짜리 인계장과 상급년차 전공의의 조언, 교과서, 인터넷 검색에 의존해야 했다"며 "지도전문의라는 제도는 유명무실하다. 수련 동안 지도전문의가 어느 교수님인지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전공의특별법, 병원이 악용 역설적으로 전공의 권리 침해···근로기준법 수준 개정 필요


정치권의 전공의특별법 개정 시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전공의특별법이 역설적으로 전공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전공의특별법 제6조는 '이 법은 수련환경에 관해 다른 법률에 우선해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일부 병원은 이를 악용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지 않고 최저 시급 이하의 임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공익신고자보호법 제5조처럼, '전공의 권익 보호와 관련해 이 법은 다른 법률에 우선 적용하되 다른 법률을 적용하는 게 전공의 등에게 유리하면 그 법을 적용한다'고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인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게 박 위원장 입장이다.  


그는 또 "수련시간에 관해서는 근로기준법 제50조 제1항을 따르며, 교육 목적을 위해 24시간을 한도로 수련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개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전공의특별법 위반 시 처벌이 과태료 500만원 이하로 한정돼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박 위원장은 "근로기준법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명시한 대로, 벌칙을 신설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