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는 의견을 비판하기 위해 자생한방병원이 진행한 연구결과의 타당성이 결여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더라도 전반적인 연구 설계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최근 자생한방병원은 한방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의 간기능 검사 결과를 분석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해당 논문에는 “자생척추 한약이 간기능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한약이 간기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잘못된 속설이다”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자생한방병원은 이번 연구에서 입원 시 간기능 검사에서 간손상 판정을 받은 환자 총 354명을 분석했다.
자생한방병원은 “한방치료를 받은 후 퇴원 시 129명만 간손상으로 판정됐다”며 “오히려 한약 복용 후 간 손상 환자가 약 64% 감소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결과가 발표된 후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대한간학회에 자문을 요청했다.
간학회는 “연구 설계 자체부터 잘못돼 있어 한약복용 환자의 간독성에 대한 결론 도출은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상군 선정방법 ▲간기능 손상에 대한 정의 모호함 ▲검사 간격 불확실성 등 연구 설계 과정에서 발생한 중요한 제한점으로 의학적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다.
간학회는 “해당 논문에서 정의된 간 손상 환자의 경우 간 효소 수치의 비특이적 상승으로 인한 위양성 환자의 존재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어 “방법 및 결론에서 언급됐던 실제 간 효소 수치 역시 기준값 및 상승 정도를 확인할 수 없었다”며 “따라서 연구결과의 객관적인 판단 및 질환 경중을 해석하는데 제한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간학회는 “연구에 사용된 한약제의 경우, 각 기관마다 처방되는 한약제의 성분의 비율, 용량, 제형이 다르고, 약제 복용 기간 및 용량에 의한 간 효소 수치 변화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연구대상으로 선정된 환자군도 문제가 됐다. 약제 복용 후 최소 ‘5일’이라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명확한 환자군 선정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와 더불어 간학회는 환자의 과거 약물복용력, 체중, 비만도, 음주력, A·C·E형 간염 및 바이러스 감염, 자가면역질환 등 간 효소 수치 변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에 대한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점이 연구결과 객관성을 의심케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간학회는 “자생한방병원 연구가 통계적 유의성을 획득했더라도, 실제 제일 중요한 연구 설계 자체가 가지는 제한성으로 인하여 한약 복용 환자의 간독성에 대한 결론은 타당하지 못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의협 “말도 안 되는 연구결과로 국민 현혹시켜서는 안돼”
의협은 간학회 자문을 근거로 자생한방병원의 대국민 홍보 행보를 맹비난했다. 황당한 연구결과로 환자를 비롯한 전 국민을 기만했다는 것이다.
의협에 따르면 한의원에서 한방치료를 받다가 독성간염이나 신장기능 이상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 응급실을 찾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3월 전국 응급의학과 전문의 6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97%(64명)가 “응급실 근무 중 한방진료 관련 부작용 사례를 치료한 경험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의협 한특위는 한방 부작용으로부터 국민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한방의 비과학적 행태를 세심히 모니터링하고, 고소·고발조치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갈 방침이다.
의협 신현영 대변인은 “일부 한의원들이 혈액검사 판독은 물론 수치를 멋대로 해석해 환자를 유인하고, 허위·과장 광고를 통해 환자를 현혹하고 있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생한방병원처럼 한의원에서 혈액검사 수치를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마치 한방치료가 효과가 있는 것처럼 수치를 악용할 수 있으므로 환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