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는 동영상 콘텐츠가 날로 다양해지면서 반대로 우리 눈의 쉬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출근길 지하철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모니터나 액정을 보며 혹사당하는 눈에 노화가 찾아오는 시간도 앞당겨졌다.
‘젊은 노안’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흔히 쓰이는 질환명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40대는 물론 30대의 젊은 사람들에게도 종종 발생한다.
젊은 노안은 말 그대로 연령대가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시력이 나빠지는 것이다. 흔들리는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스마트폰을 오래 보는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우리 눈이 초점을 맞추기 위해선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하는 안근육이 제대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눈을 계속해서 혹사시키면 안근육 힘이 약해진다. 안근육 탄력이 저하되면 수정체에 혼탁이 드리울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일상생활에서 무언가를 볼 때 불편감을 느끼게 된다.
윤상원 대한안과의사회 공보이사(강남큐브안과 대표원장)[사진]는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나 “책이나 노트북 모니터를 볼 때 나도 모르게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뒤로 빼고 글자를 읽는다면 젊은 노안을 의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이사는 “예전엔 주로 40~50대에서 노안환자가 많이 발생했는데 요즘에는 30~40대 환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일상 속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만큼 노안이 의심된다면 주변 안과의원을 서둘러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젊은 노안은 간단한 방법으로 자가진단도 가능하다. 30cm 거리에서 물체가 잘 보인다면 노안을 의심할 수 있다. 또 푸른색과 붉은색 종이를 봤을 때, 푸른색이 더 선명히 보이면 역시 내원을 고려할 수 있다. 이 밖에 그냥 볼 때보다 종이에 구멍을 뚫고 무언가를 볼 때 더 잘 보이면 이는 구멍의 도움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시력저하를 염두에 둬야 한다.
젊은 노안으로 진단된 환자들은 다초점인공수정체 삽입술을 받을 수 있다.
윤 이사는 “예전에는 노안 치료법이 ‘돋보기’였다면 최근에는 이 다초점인공수정체 삽입술을 사용하고 있다”며 “특히 고령층에서 흔히 발생하는 백내장에 대한 해법도 동시에 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수술”이라고 말했다.
‘젊은 노안’ 교정 다초점인공수정체 삽입술, 환자 직업·라이프스타일 맞춤형 필수
문제는 아직까지 모든 거리를 잘 볼 수 있는 인공수정체가 없다는 것이다.
일정한 도수를 가진 콘택트 렌즈를 삽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환자 시력상태에 딱 맞는 렌즈를 삽입하지 않으면 수술 후 높은 만족감을 얻을 수 없다.
때문에 안과 전문의들은 "환자가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받기 전에는 전문의에게 자신의 생활패턴을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윤 이사는 “예전에 젊은 노환으로 내원한 환자가 있었다. 직업이 교열을 보하는 것이라 해서 근거리 렌즈를 맞췄는데, 수술 후 만족도가 크게 떨어졌다. 의사는 종이책을 가까이서 보면서 하는 일이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컴퓨터를 통해 작업하는 일이 더 많았다. 이 환자의 경우 근거리 시력을 교정하는 렌즈보다는 모니터 거리만큼 떨어진 글을 잘 읽을 수 있는 중거리 렌즈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눈은 일상생활과 긴밀한 연관이 있는 만큼 자신의 생활패턴과 직업적 특성에 딱 맞는 인공수정체를 찾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 이사는 이어 “예전에 택시기사인 환자분을 진료했는데. 시력저하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뭔지 물었다. 그랬더니 ‘카카오택시 콜을 받을 때 거치대에 있는 핸드폰 액정이 잘 안보인다’라고 대답했다”며 “운전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원거리용으로 수술할 수도 있었는데, 정확한 문진을 통해 환자에게 필요한 수정체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떤 환자들은 눈에 인공물을 넣는다는 생각 때문에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꺼리기도 한다. 하지만 수술 자체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정도로 간단하다. 최근에는 레이저 수술을 통해 정확도가 더욱 높아졌다.
윤 이사는 “안구의 공막부위를 절개하는 만큼 전문의 손기술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론 안전한 수술이라고 보면 된다”며 “더욱 중요한 것은 정확한 사전진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수술 후 ‘빚 번짐’ 현상은 의료기술이 발달한 지금도 감수해야 할 부작용”이라고 덧붙였다.
일상 속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해선 아주 간단한 ‘눈 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윤 이사는 “이틀에 한번, 5분 정도 가까이 봤다가 다시 멀리 보는 행동을 반복하는 간단한 동작으로도 노화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물론 사람마다 안근육의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정도는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눈의 피로도 자체는 제법 회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이사는 “눈 질환은 항상 예방할 수 있다”며 “특히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특히 알러지 결막염 등 눈에 이상이 생기기 쉬운데, 간과하지 말고 안과에 내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실명을 야기할 수 있는 안질환을 잡아내는 안저검사는 주기적으로 꼭 받는 것이 좋다”며 “1년에 한번 정도는 ‘눈 건강’을 확인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학계의 권고사항”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