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구조사 업무범위 조정에 대한 임상병리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예비 임상병리사들도 강의실을 박차고 나와 거리로 나섰다.
전국 임상병리학과 학생 500여 명은 최근 보건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응급구조사 업무범위 조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진행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달 보건복지부가 초음파 사용 인정 등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조정안을 2024년 하반기부터 제도화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항의 차원이다.
이날 시위에 참석한 학생들은 ‘응급구조사 무면허 업무 국민 생명 위협한다’,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강행 처리, 의료체계 붕괴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연신 "투쟁"을 외쳤다.
연세대학교 임상병리학과 박범준 학생회장은 “중간고사를 앞둔 중요한 시기이지만 졸속을 자행하는 복지부를 규탄하기 위해 용기를 내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병리사는 심전도 결과를 정확하게 보기 위해 보수교육도 받고 함께 모여 머리를 싸매고 공부하고 있음을 알아주기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혜전대학교 임상병리학과 노푸름 학생은 “취업을 준비하며 임상병리학과 졸업생의 취업이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심전도 검사까지 빼앗긴다고 생각하니 허무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제 어떤 희망을 품고 공부에 매진해야 하는가”라며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조정안 가운데 임상병리사 업무를 빼앗는 정책을 폐지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직 임상병리사들의 개탄도 이어졌다.
충북임상병리사회 조성훈 회장은 “우리나라 의료현장에서는 여전히 의료기사 업무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위한 업무환경 개선 정책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경북임상병리사회 조대현 회장은 “면허권자인 임상병리사를 두고 응급이라는 핑계로 무면허 의료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정책은 임상병리사들에게 좌절을 넘어 분노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임상병리학과 교수들도 학생들과 입장을 함께 했다.
한국임상병리학과 교수협의회 육근돌 수석부회장은 “이번 결정에서 잘못된 건 의료기사의 전문성을 왜곡하고, 응급구조사도 해당 업무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부는 응급구조사 업무 영역 확장이 현장에 종사하는 응급구조사의 권익 향상을 위한 것인지, 국민 보건 향상에 도움 되는 결정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성대학교 임상병리학과 신경아 교수는 “응급처치에 투입할 의료인력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공감하지만 이는 각 업무에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한임상병리사협회는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확대 저지를 위한 총력 투쟁을 천명하고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
장인호 회장과 임원진 40명은 최근 보건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확대 조정 부당성 저지를 위한 발대식’을 갖고 업권 수호를 위한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장인호 회장은 삭발을 통해 결연한 의지를 천명했다.
아울러 지난 달 17일에는 장인호 회장이 직접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나 ‘응급구조사 업무 범위 조정’에 대한 협회 입장을 전달했다.
28일에는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등에 공문을 보내 응급구조사의 심전도 검사 및 정맥혈 채혈은 불법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뿐만 아니라 31일에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만나 응급구조사 업무 조정안 가운데 임상병리사 업무 권역을 침탈하는 내용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대한임상병리사협회 장인호 회장은 “이렇게 되면 응급구조사가 구급차 외 병원 응급실 등에서 임상병리사 업무인 심전도 측정과 채혈 업무를 침탈하게 된다”고 힐난했다.
이어 “타 직역의 임상병리사 업무 침해를 타파하겠다는 각오로 투쟁에 나섰다”며 “임상병리사 업권 수호를 위해 최선의 방법으로 끝까지 당당하게 맞서 싸우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