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공중보건의사 부족으로 내과 진료는 화요일, 금요일만 합니다."
충북 옥천군보건소 동이지소 출입문에는 며칠 전 이런 내용의 안내문이 나붙었다.
공중보건의사(공보의)가 모자라 이곳 근무자가 인접 이원지소까지 맡게 돼 주간 이틀만 진료한다는 내용이다.
이 보건지소는 3천여명이 사는 동이면 지역의 유일한 의료시설이다. 주민 상당수가 만성질환을 앓는 어르신이다 보니 지소의 진료가 멎으면 10여㎞ 떨어진 옥천읍내까지 원정진료 받으러 가는 이들이 많다.
이 모(78) 할머니는 "버스를 타고 옥천까지 나갔다 오는 데 한나절이 걸린다"며 "보건지소에서 수시로 약을 타고 물리치료도 받아야 하는데 쉬는 날이 많아 불편이 크다"고 말했다.
8곳의 지소를 둔 옥천군보건소에는 현재 14명의 공보의가 배치돼 있지만, 한의과(5명)와 치과(3명)를 빼면 의과(내과) 진료가 가능한 의사는 6명이다. 이 중 보건소 진료실과 예방접종실에 배치된 2명을 제외한 4명이 지소 2곳씩을 맡아 순회근무한다.
옥천군보건소에는 한 달 전까지 10명의 의과 공보의가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전역한 뒤 후임이 100% 채워지지 않으면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
단양군보건소 역시 지난달 8명의 공보의가 전역한 뒤 6명만 충원돼 7곳의 보건지소를 4명의 의과 공보의가 순회진료하는 상황이다.
이 보건소 관계자는 "공보의 4명이 7곳의 지소와 본소 예방접종실을 2곳씩 맡다 보니, 휴가 등에 따른 공백이 불가피하다"며 "의사들은 부담이 커졌고, 의료서비스 질은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공보의는 군 복무를 대신해 농어촌 등 의료 취약지역에서 공중보건업무에 종사하는 의사다.
그러나 남성 의대생 감소와 현역병(18개월)의 2배가 넘는 복무기간(군사훈련 포함 37개월) 때문에 지원자가 급감하는 추세다. 이 때문에 전국적으로 공보의 부족 사태가 심화하고 있다.
충북도의 경우 지난달 말과 이달 초 11개 시·군에서 126명의 공보의가 전역한 뒤 117명이 후임으로 배치됐다.
이 과정에서 의과 공보의는 105명에서 76명으로 대폭 줄고, 한의과는 80→83명, 치과는 40명→46명으로 소폭 늘었다.
보건지소에는 내과 진료와 투약 등이 가능한 의과 공보의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이 한꺼번에 29명이나 줄면서 의료 공백이 빚어지는 것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29일 "의과 공보의가 해마다 줄어들면서 농어촌 산간벽지의 공중보건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보건지소 운영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며 "보건소마다 순회진료 등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공보의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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