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명병기 광고 효과가 커지면서 입찰 경쟁도 덩달아 과열되고 있다. 주요 고객인 병원 간 홍보가 점차 소위 '쩐(錢)의 전쟁'으로 변하는 형국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2022년 6월 역명병기 대상 기관 선정 기준을 변경 및 확대하면서 입찰 경쟁을 더욱 가열시켰다는 병원들의 항변이 터져나오고 있다.
최근 병원계는 지하철 역명병기를 두고 자본력에 중점을 둔 돈놀이판으로 변질했다는 토로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즉, 역명병기 선정이 지역 발전이나 영향, 기여도 및 기타 요인을 배제한 단순히 ‘돈’, 입찰금액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이대서울병원은 지역 70병상 개인병원에 밀려 발산역 역명병기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대서울병원과 개원가 입찰금 차이는 근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철 역명병기는 지하철역 이름에 기업이나 기관 이름을 3년간 유상으로 병기하는 사업으로 지난 2016년부터 서울교통공사의 재정난과 적자를 보완키 위해 도입됐다.
입찰 조건으로 서울은 시내는 1km, 시외는 2km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낙찰 기관은 3년 동안 기관명을 부역명으로 표기하며 재입찰없이 1회에 한해 계약 연장도 가능하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가 입찰 참여기관 문턱을 낮추면서 입찰금 경쟁을 부추기는 형국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앞선 서울교통공사의 역명병기 대상 기관 선정기준에 따르면 150병상 이상 병원에 문호를 개방했지만, 2022년 6월을 기점으로 전체 의료기관으로 대상을 확대했다.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역명병기가 개방될 수 있지만, 선정 잣대가 단순히 돈이라면 기준에 의구심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7호선 논현역의 경우 대형 안과에서 기초가격의 300%가 넘는 9억원을 제시해 압도적인 자본의 힘으로 낙찰된 바 있다. 이를 두고 곳곳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결국 병원들이 역명병기를 위해 경쟁적으로 지불한 입찰 홍보 비용이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어 씁쓸함이 더해지는 대목이다.
병원계 인사는 "과거 대비 역명병기 효과가 커진 것은 병원계도 인정하는 부분이지만 근래 입찰금액이 과열되면서 단순히 돈이 아닌 제3의 판단 기준 도입을 고민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