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길었던 코로나19 상황이 종식되는 분위기가 역력하지만 요양병원들 경영 상황은 어두운 터널에서 좀처럼 헤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환자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지표는 계속 ‘적자’에 머무르면서 줄도산의 위기감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50여개 이상의 요양병원이 문을 닫았고, 올해 들어서는 벌써 5개월 만에 50곳이 폐업했다.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하반기에는 요양병원들의 줄도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요양병원들 폐업 위기는 이미 수 년 전부터 감지돼 왔다.
실제 2010년 867개였던 요양병원은 2020년 1582개로 10년 사이에 2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2021년 1464개, 2022년 1434개로 급작스러운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지난해 요양병원 폐업률은 6.5%로, 병원급 의료기관을 제치고 처음으로 의료기관 종별 ‘폐업률 1위’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요양병원들 경영 악화 원인으로는 요지부동인 ‘일당정액수가’에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인건비 등 제반비용은 큰 폭으로 늘지만 수가는 그대로인 탓에 한계 상황에 봉착했다는 얘기다.
요양병원 수가제도는 급성기 병원과 마찬가지로 행위별 수가제가 적용됐지만 2008년 의료서비스 요구와 기능을 평가해 1일 당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일당정액제로 전환됐다.
문제는 일당정액수가 인상률이 인건비, 재료비 인상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경영상황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병상 가동률을 동일하게 유지하더라도 해를 거듭할수록 손익분기점은 내려갈 수 밖에 없었고, 최근 고물가 사태까지 겹치면서 급속도로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요양병원 원장은 “일당정액제 하에서는 별도의 수익 창출도 여의치가 않다”며 “최근 1~2년 새 모든 제반비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한계 상황에 봉착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다”며 “주변에도 심각하게 폐업을 고민하는 요양병원 원장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요양병원 원장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환자 수가 회복됐지만 인건비 등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제 요양병원은 끝났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며 “하반기에는 요양병원들 줄도산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답답함을 피력했다.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한 요양병원들 구조조정과 폐업이 잇따르면서 갑작스레 직장을 잃은 직원들의 노무 관련 상담도 급격히 늘고 있다.
노무법인 한 관계자는 “최근 요양병원 직원들 상담과 의뢰 건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요양병원들 폐업 상황이 체감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