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사립대학병원은 물론 국공립대학병원에서 의료원장 및 병원장의 직접 선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관측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먼저 인제대 서울백병원 폐원 과정에서 의료원장‧병원장 직선제 도입이 제안되면서 실현 가능성과 함께 다른 대학병원 현황도 관심이 높아진다.
인제의대 교수노동조합이 최근 서울 소재 형제병원에 대해 경영 자율화를 근거로 의료원장 및 병원장 직선제 도입을 촉구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교수 조합은 "현 재단이 서울백병원 폐원 책임을 의료진에게 전가한다면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의사 결정과정이 필요하다"며 "각 병원 경영 자율권을 보장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의료원장과 병원장 직선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다른 형제 병원에 외부 컨설팅을 시행했음에도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구성원들에게 현 병원들 실정 및 과제에 대한 명확한 공개도 요청했다.
즉, 외부 컨설팅에 따라 제2의 폐원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고, 이를 재차 의료진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에 의해서다.
노조는 "이번 폐원 사태는 구성원과 소통이 없는 재단 중심의 중앙 집권식 정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과정, 절차, 대책의 불통과 실책으로 아무도 사태를 책임지지 않는 결과가 발생했다"고 비난했다.
직선제 바람이 부는 곳은 인제의대뿐만 아니다. 경북대병원도 교수들이 간선제 폐지 및 직선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관측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차기 병원장 선거에서 불거졌다. 차관급 예우인 국립대병원장 선출 과정에서 후보자 성향과 병원 운영 방향성 등도 알지 못한 채 일부 선택으로 임명되는 과정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현재 경북대병원장 선거는 이사회만 참여하는 간선제를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사회는 당연직 8명과 임명직 3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최다득표자 2명을 교육부 장관에 추천해 장관 인사 검증 등을 거쳐 최종 1인을 병원장으로 임명한다.
서울대병원도 병원장 임명마다 직선제 요구가 단골로 등장하는 곳이다. 서울대병원은 공모 절차를 거쳐 최종 후보를 교육부에 추천하고, 장관 검증 후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한다. 결국 최종 임명권자는 대통령인 셈이다.
하지만 대통령 제청이 늦어지거나 거부 시 병원은 막대한 업무 공백 등을 겪을 수 밖에 없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직선제를 주장한다.
병원계 "병원의 특수상 고려, 직선제 쉽지 않을 것"
결론부터 보면 사실상 직선제는 어렵다는 게 병원계 다수 시선이다. 현재 대부분 대학병원 의료원장과 병원장은 재단이 임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병원계 관계자들의 발언은 대동소이했다. 직선제가 표면적으론 민주적이지만 일단 선거와 달리 진행 과정에서 병원 내부에서는 부작용이 상당했다는 것.
과거 고대의료원 의무부총장 선출을 직선제를 진행했지만, 파벌 형성과 선거기간인 2년마다 겪는 진통에 2005년께 직선제가 폐지됐다. 이후 총장 지명을 거쳐 의대 교수협의회의 가부를 묻는 인준제로 변경됐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독특한 간선제를 택하고 있다. 선출위원단을 구성해 교수 1/3을 무작위 추첨 후 3개 군으로 나눠 선거 당일 모여 투표를 동시에 진행하는 형식이다.
대부분 대학병원도 파벌 형성 등 분열 방지를 이유로 의료원장과 병원장을 재단이 임명하는 상황이다. 물론 재단 성향에 맞는 코드 임명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에 조금 더 무게가 실렸다.
현재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내부 규정에 따라 절차를 임명을 거친다. 경영 경험이나 각종 이력 등을 종합 고려해 임명한다는 게 병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대병원, 건국대병원, 중앙대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도 마찬가지다. 재단 지명을 통해 의료원장과 병원장이 임명된다.
내부 직선제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외부 컨설팅업체의 진단에서도 자주 목격된다. 인기 경쟁에 따른 파벌 형성 등의 단점은 물론 경영 능력에서도 장점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병원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민주적이라는 장점 외에는 직선제의 이점을 모르겠다”며 “의료계 단체들의 직선제 운영 사례를 보면 선거 과열 등이 자주 목격됨에 따라 단합을 저해하는 요소가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