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규모에 따라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 정원 기준을 명시토록 하는 법안에 대해 병원계가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가뜩이나 의료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채용인원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병원들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비현실적인 조치라는 지적이다.
대한병원협회(회장 윤동섭)는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앞서 강은미 의원은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 등의 정원 규정이 불명확해 의료기관이 준수해야 할 의료인력 정원 기준을 법률로 명시토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실효성 제고를 위해 벌칙 조항을 추가함으로써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양질의 서비스 제공을 비롯해 환자안전과 의료인력 처우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세부적으로는 보건복지부장관이 의료기관 정원 기준 준수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의무적으로 공표토록 했다.
또한 인력정원 책정 기준 규정을 신설해 1인이 담당하는 환자수, 근무여건, 환자안전, 실제 근무조별 간호사 대 환자 비율 기준을 반영하는 내용도 담겼다.
특히 인력 기준 위반시 벌칙 규정을 추가해 의료기관 개설 위반과 동일하게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대한병원협회는 채용인원 강제화에 앞서 ‘의료인력 수급 문제 해결’이 선결과제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도 지역별·종별 의료인력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에서 병원의 자구책만으로 정원 기준을 준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인력의 적정 공급 및 적정 수가 등 근본적 환경 개선 없이 적정인원을 채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칙을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이며 입법의 실효성도 낮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병원협회는 의료인 외 보건의료인력 정원기준 필요성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병협은 “급격한 환경 변화를 겪고 있는 의료계 현실을 감안해 의료인력 채용과 배치는 탄력적이고 유연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의료인 외 보건의료인력 정원기준 규정화가 적절한지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원기준 위반 사실 공표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병협은 “정원기준 위반 사실 공표시 국민들의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기피 심리작용이 생겨 의료기관 진료 축소와 지역의료 공백으로 이어지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인력기준 미준수 벌칙을 부과하는 것은 인력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현 실정에서 인력채용의 책임을 전적으로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과도한 벌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