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의료격전지 중 한 곳인 경기서북부권 2차 대학병원 및 주요 병원들이 5기 상급종합병원 신청에 미온적 기류가 감지됐다.경기북부에 위치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과 인제대 일산백병원, 동국대일산병원 등이 사실상 5기 상급종합병원 신청 의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상급종합병원을 지향하지만 현실적 여건 등으로 당장은 아니란 의미다.
앞서 복지부는 5기 상급종합병원을 최소 50곳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진입 문호를 넓혔지만, 의문이 따르는 상황이다.
17일 복지부에 따르면 ‘제5기(24~26)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신청 접수가 7월 1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다.
경기서북부 지역은 대학병원 밀집권으로 의료수준 입증을 위해 상급종합병원 지정 경쟁이 치열했던 곳이다. 현재 경기서북권 상급종합병원은 ▲가톨릭인천성모병원 ▲순천향대부천병원 ▲가천대길병원 ▲인하대병원 등이다.
상급종병 지정 시 종합병원 대비 5%P 많은 30% 가산수가를 적용받아 건강보험 요양급여 혜택을 받는다. 또 선도적인 의료기관으로 인정받는 부수적 효과로 병원들은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해 경쟁한다.
서북부지역 경기북부권(고양시, 남양주시, 파주시, 김포시, 의정부시 등 11개)과 인천광역시, 부천시 등이 속해 있으며, 현재 2023년 5월 기준 인구수가 780만명에 달한다.
이에 대학병원은 ▲가톨릭 인천성모병원 ▲순천향대부속 부천병원 ▲가천대 길병원 ▲인하대병원 ▲건보 일산병원 ▲일산백병원 ▲일산동국대병원 ▲순천향대부천병원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등 대형병원이 즐비한 지역이다. 그만큼 상급종병 경쟁도 치열하다.
복지부는 서울·경기지역을 3권역으로 나눠 상급종병을 지정한다. 현재 총 45개 상급종병 중 서울권(14개) 경기서북부권(4개) 경기남부권(4개)에 각각 배치 중이다. 45개 중 22개를 차지한 만큼 과히 격전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셈이다.
◆상급종합병원 진입 장벽은 높은데 장점 등 저하?
상급종합병원이 병원의 질(質)을 담보하는 지표로 인정받기는 하지만 다소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경증환자 배제 심화 및 중증도 강화, 각종 평가의 산적, 필수의료 강화 부담감 등 어려움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특히 이 같은 기준 강화 추세는 2차 대학병원들의 진입 사기를 더욱 떨어뜨리고 있다.
5기에 이은 6기 평가 기준에 들어갈 가능성이 유력한 상급종합병원 예비평가가 현재 대학병원들이 난색을 보이는 지표들이 대거 추가됐기 때문.
예비평가는 차기 지정·평가에 도입코자 의료기관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평가 항목이며, 5기 지정기간 중 의료기관 현황 등을 고려해 구체적인 지정기준 마련 예정인 지표다. 다만 예비평가 결과는 5기 지정·평가 결과에는 미반영한다.
올해 예비평가는 ▲중증소아응급환자 진료 분담률 ▲중증응급환자 진료 분담률 ▲중증응급환자 최종치료 제공률 ▲간호교육 전담인력 확보율 등이다.
결국 중증진료 강화 등을 기조로 준비된 병원은 상급종합병원에 계속해서 머물고, 기존 2차 대학병원이 진입하기엔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현실이다.
서북부지역 병원 관계자는 “상급종병 진입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당장 가능성이 높지 않아 점진적으로 준비하는 상황”이라며 “솔직히 올해 신청은 아무래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각도 존재한다. 북부지역과 서부지역 격차가 커져 재진입이 어려워져 사실상 포기했다는 해석이다. 실제 인천권 대형병원들은 연이은 투자 확대로 병원 규모를 상당히 키운 상태다.
이에 따라 인천지역 병원들과 상급종병 지정 경쟁을 해도 쉽지 않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수도권 대학병원 관계자는 “상급종병 기준이 점차 까다로워지는 경향은 현재 지정병원도 충분히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상급종병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약이 적은 2차 병원에 그대로 머물려는 병원도 일부가 감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