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응급실 표류 사고 등 응급의료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가운데 ‘응급실 의료진 법적 보호’가 시급하다는 응급의학계 호소에 여야 정치권이 응답하고 있다.
최근 응급환자 수용 의무화 추진, 행정처분 등 응급의료기관에 대한 행정당국의 압박이 강해지면서 의료진들 동요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법안들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달 발의된 법안들은 응급의료기관 종사자들의 법적 책임 부담을 완화하고 보호를 강화하는 게 주 목적이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연숙 의원(국민의힘)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는 응급실 폭행·협박 금지 대상과 가중처벌 조항 대상자를 의료진 뿐 아니라 보안인력을 포함한 응급의료기관 종사자 전체로 확대하는 게 골자다.
현행법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은 지정 기준에 따라 시설·보안인력·장비 등을 유지해야 하는데, 보안인력의 구체적인 직무 및 직무수행 지원 등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보안직과 행정직 등 전체 직원이 실질적으로 활동·조치를 하는 게 어렵고 똑같이 폭행·협박을 당해도 보호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보안직 직무를 명시하고 민형사상 책임 소송이 벌어질 경우 응급의료기관장이 소송 수행을 지원하고 형사상 면책해 업무를 적극 수행토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응급의료행위를 받는 사람 역시 폭행 금지 대상이 된다’는 내용도 추가해 다른 환자들의 권리까지 보호할 방침이다.
모호한 처벌 기준에 ‘심리적 강박’ 추가···의료계 숙원 ‘반의사 불벌죄 폐지’ 속도 내나
응급실 진료 방해 범주를 구체화하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이달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최종윤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7월 3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에서는 응급의료종사자와 구급차 등의 응급환자 구조·이송·응급처치 등의 진료를 폭행 및 협박·위계·위력으로 방해하는 것과 ‘그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후자 행위가 모호한 탓에 처벌이 어려웠다.
이에 폭행, 협박, 위계, 위력 이외의 ‘그 밖의 방법’을 ‘이에 준하는 물리적·심리적 강박 등의 방법’으로 바꿔 처벌을 위한 법 적용을 수월하게 하는 게 이번 법안의 골자다.
한편 최근 이 같은 기세를 몰아 현재 의료인 폭행에 대한 ‘반의사 불벌죄’를 폐지하는 의료법 개정안과 의료계 숙원인 ‘선한사마리아인법’도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의료진 폭행 가해자에 대한 법적 처벌 규정이 구체화되더라도 실제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데, 의료기관이 환자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가해자와 의료진의 합의를 암묵적으로 종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반의사 불벌죄 폐지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 6월 말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됐지만 통과하지 않아 심사를 이어가게 됐다.
또 신현영 의원과 전혜숙 의원이 공동발의한 ‘선한사마리아인법’ 역시 지난해 12일 복지위를 통과했지만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다. 이는 무과실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진 책임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는 게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