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시작된 비대면 진료 '춘추전국시대'
한시적 허용 후 업체 30여 곳 등장…6월 시범사업 실시되면서 '고사' 위기
2023.07.28 12:00 댓글쓰기




[기획 4] 우리나라 비대면 진료 산업은 코로나19를 계기로 깨어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감염병 위기 상황을 고려해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하자 관련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특히 한시적으로 허용된 탓에 지속성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비대면 진료가 어느새 국내 산업 한 축을 이루는 거대한 분야로 자리잡았다.


비대면 진료가 국내 처음으로 공론화된 것은 2002년이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의료법 개정으로 원격의료라는 개념으로 비대면 진료를 제도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의료계는 물론 시민사회에 부딪혀 비대면 진료는 의료인과 환자가 아닌 의료인과 의료인 간 협업과 조력을 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2010년에는 의료인과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자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으나 개정에 이르지 못했다.


이처럼 비대면 진료 산업을 20년 넘게 보수적인 규제에 더딘 성장을 보였지만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전환기를 맞게 된다. 


비로소 의사가 정보통신(IT) 기술을 활용해 원격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특히 2021년 국회에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지속적으로 발의되고, 2022년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포함되면서 국내 비대면 진료 산업도 빛을 보기 시작했다.


코로나19와 함께 시작한 비대면 진료 태동


정부는 감염병 등급에 따라 2020년 2월 24일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이후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시대적 상황이 맞아떨어지면서 비대면 진료 산업도 빠르게 성장했다. 


비대면 진료 산업은 비대면 진료를 가능하게 하는 ‘중개 플랫폼’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이들 플랫폼은 의사와 환자 사이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국내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30여 개로 추산된다. ‘닥터나우’, ‘굿닥’, ‘나만의닥터’, ‘올라케어’, ‘똑닥’ 등이 대표적이다.


그 중 닥터나우는 산업을 이끌어간 선봉대로 꼽힌다.


2019년 8월 설립된 닥터나우는 지금까지 누적 다운로드 수가 430만건, 제휴를 맺은 의료기관 및 약국은 3천여 곳에 달한다.


의약단체 반발에도 불구하고 고속으로 성장해 업계를 대표하는 1등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이를 기반으로 지금까지 받은 누적 투자액은 총 520억원에 달한다. 


닥터나우는 2021년 10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 라운드를 마치고, 2022년 42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 라운드도 성사시켰다. 당시 기관투자사로부터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2000억원이다.


특히 지난 2월 한달 간 용자 수가 90만 명을 돌파하며 비대면 진료 대중화를 선도하는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2012년 설립된 굿닥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존재감을 키운 업체 중 하나다. 


굿닥은 당초 병의원 예약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2022년 1월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사업을 본격화했다. 


특히 서비스 출시 한 달만에 누적 사용자 16만 명을 돌파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현재 굿닥 애플리케이션(앱) 다운로드 이용자는 1000만 명을 넘어섰다.


탈모·한방 등 특정질환 대상 ‘차별화’ 모색


비대면 진료 산업이 주목받으면서 경쟁도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닥터나우, 굿닥 등 1세대 기업을 잇는 후발주자들이 등장한 것이다.


이들은 탈모와 같이 특정 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서비스를 구축해 경쟁력을 찾았다.


먼저 ‘썰즈’, ‘모두약’, ‘홀드’ 등 탈모, 여드름, 수면질환 등 특정 질환을 대상으로 하는 업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 ‘메듭’과 같이 2km 이내 병원과 약국을 연결하는 ‘지역 기반 정책’을 추진하는 업체도 나타났고, ‘파닥’처럼 한의원 비대면 진료 서비스와 한약 처방을 제공하는 곳도 등장했다.


이밖에 비대면 맞춤 영양제 상담을 제공하는 ‘바로필’, 비대면 성병 검사가 가능한 ‘체킷’ 등 특색을 갖춘 곳도 이어졌다. 


지난 3년간 제공한 비대면 진료를 건 수는 3786만건에 달한다.


시장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업체들의 ‘몸집 불리기’에도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실제 닥터나우는 헬스케어 스타트업 ‘부스터즈’를 인수해 비대면 진료를 넘어 종합 건강관리 플랫폼을 지향하고 나섰다. 


특히 2023년 1월 네이버 김상헌 전 대표이사와 카카오 여민수 전 대표이사(이하 이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산업이 성장에 맞춰 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도 곳곳에서 출범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산하 원격의료산업협의회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 원격의료 산업이 활성화됨에 따라 원격의료 규제 해소와 국민 건강 및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로 2021년 7월 출범했다.


코로나19 종식… 비대면 진료 산업 어려움


그러나 비대면 진료 업체들의 장밋빛 미래는 오래가지 않았다.


정부가 2023년 5월 감염병 위기경보를 하향하면서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가 또다시 불법으로 전락한 것이다.


정부는 업계 의견을 반영해 6월 1일부터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하기로 했으나 핵심 서비스인 초진과 약 배송 등이 제한되면서 존폐 기로에 선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범사업 한 달 만에 사업을 전환하거나 아예 정리하는 업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실제 모두약, 썰즈, 파닥, 메듭, 온닥터, 쓰리제이, 올라케어 등 많은 기업이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종료했거나 사업을 정리했다. 특히 우주약방 등 일부 업체는 사명까지 변경하며 사업 전환을 선언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지난 2년간 싹을 틔워왔던 비대면 진료 산업이 퇴보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표출하고 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관계자는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는 규제 장벽을 낮추면서 비대면 진료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사실상 비대면 진료를 금지하는 반(反) 비대면 진료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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