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입법 목전에서 좌절된 간호법과 관련해 야당을 중심으로 재추진이 예고된 가운데 법 제정을 위한 전제조건이 제시돼 관심을 모은다.
특히 국정 전 분야 조사·분석기관으로써 국회의원에게 입법 및 정책 관련 제언을 하는 국회입법조사처가 객관적 관점에서 제시한 해결책이라는 점이 주목을 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을 발간하며 올해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중점 주제로 ‘간호법’을 꼽았다.
조사처는 지난 5월 국회 본회의 부결 이후 간호계는 대리처방‧수술 등을 거부하는 준법투쟁에 나섰고, 간호법 재추진을 선언함으로써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제대로 된 준비나 조정이 없는 간호법 재추진은 그동안의 반목과 갈등을 다시금 초래할 수 밖에 없는 만큼 보다 발전된 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입법조사처는 간호법을 둘러싼 ‘의사와 간호사’,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간 분쟁이 간호법 관련 최대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지역사회에서 간호사 ‘단독개원’을 놓고 의료계는 현행 의료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우려하는 반면 간호계는 사실상 단독개원은 불가능하다며 맞서고 있다.
간호조무사에 대한 ‘학력차별’과 관련해서는 간호조무사 측은 헌법상 기본권 침해라고 반발하고 있고 간호계는 “학력을 고졸로 제한했다는 주장은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결국 이 두가지 쟁점이 간호법 제정 논의를 다시 진행함에 있어 해소돼야 할 핵심이라는 얘기다.
입법조사처는 직역 간 분쟁 해소를 위해서는 이 두 가지 핵심 쟁점을 풀어 간호법 제정 논의가 다시금 발전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간호법 편익에 대한 객관적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간호사 업무 범위를 지역사회로 확대하는 것이라면 그 이유와 필요를 과학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관련 인력공급 추계를 위해 지역사회에서 간호‧돌봄 서비스 수요 증가를 예측하고 사각지대 실태 등을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간호법 시행으로 나타날 수 있는 의도하지 않은 영향, 즉 ‘이해 충돌’을 제어할 수 있는 직역 간 이해관계 조정도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의료-간호-간병-요양-돌봄 등 지역사회 통합돌봄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직역 간 협치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작금의 갈등 구조부터 풀어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반목의 당사자들인 직역 간에는 타협이 쉽지 않은 만큼 정부가 이들의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이해관계 조정 원칙을 규범적으로 정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입법조사처는 “간호법 제정 논의를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며 “직역 간 분쟁이 해소가 간호법 재논의의 핵심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