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보건의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생후 1년 미만의 영아 사망률에서도 지역 격차가 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격차의 주요 원인으로는 낮은 의료 접근성을 비롯한 사회적 환경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지숙 칠곡경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우형택 계명대 의대 교수는 통계청 자료를 활용해 지난 2001~2021년 전국 시도별 신생아 및 영아 사망률(IMR)을 비교한 결과를 ‘대한의학회지’ 10월 30일자에 발표했다.
영아 사망률은 감염, 산전·산후 관리의 질 등 의학적 요인뿐만 아니라 영양, 문화, 사회경제적 결정요인 등 비의학적 요인과도 연관이 깊어 전반적인 공보건 수준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연구팀은 세종시를 제외한 16개 시도의 만 1세 미만 신생아 및 영아의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서울과 경기도보다 다른 시도의 영아 사망률이 유의미하게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영아 1000명당 사망 인구가 서울은 3.13명, 경기도는 3.2명인데 반해 대구 5.08명, 경북 4.44명, 전북 4.4명, 부산 4.18명, 강원 3.98명, 경남 3.9명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서울을 기준으로 영아 사망률이 대구 62%, 경북 42%, 전북 40%, 부산 33%, 강원 27%, 경남 24% 더 높은 셈이다.
2001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나라 영아 사망률은 3.7% 줄었다. 서울과 나머지 지역의 영아 사망률 격차는 2001~2007년에 비해 2008~2014년 소폭 줄었으나, 2008~2014년에 비해 2015~2021년 다시 벌어졌다.
"지역 격차 원인으로 분만 전후 발생하는 주산기 문제"
연구팀은 영아 사망률에 대한 지역 격차 원인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분만 전후 발생하는 주산기 문제를 꼽았다
분만 전후 산모와 신생아에 다양한 질환이 발생, 사망에 이른 경우가 서울보다 다른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주산기 문제는 다시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연구팀은 그중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적 환경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주산기 문제 발생 시 의료기관으로의 이송이 매우 중요한데, 서울 외 지역의 경우 의료기관과 거리, 의료인력 등 의료 접근성이 낮은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봤다.
또 연구팀은 지난 2001~2021년 전국 시도의 영아 사망률이 모두 서울과 같았다면, 영아 4455명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우리나라 전체 영아 사망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지만 지역간 차이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며 “최근 소아과 전공의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지역의 소아과 전문의가 부족해지면서 소아과가 위기를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역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영아 사망률 격차는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영아 사망률의 지역적 격차에 대한 심층적인 조사와 정책적 개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