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3일 예정됐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수요조사 결과 발표를 연기하면서 국회에서 질타가 터져나왔다.
“신중히 결정하겠다”며 정부가 연기 취지를 밝혔음에도 “대학교 총장과 의과대학 학장 간 갈등이 존재하는 현장성을 무시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정원을 늘리려고 한다”는 비판을 잠재울 수 없었다.
14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의대 정원 수요조사 발표 연기 사유를 물으며 향후 정책 방향성에 대한 다양한 우려를 쏟아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수요조사 결과 발표를 취소한 이유가 무엇인가. 여전히 의사단체 눈치를 보는 것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조규홍 의원은 “40개 의대에서 2030년까지 정원 확대 수요를 취합했고, 추가로 확인할 것이 있어 연기한 것이지 취소한 게 아니다. 곧 발표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학 현장 분위기를 무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현장 의견을 들어봤더니 총장들은 입시 수혜를 위해 굉장히 많은 의대 정원을 요청했고, 정작 의대 학장들은 교수가 부족해 걱정이 태산이라 총장과 학장 간 갈등을 겪고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필수의료가 무너지고 의사 인력 연구마다 내놓는 결론이 다른 것은 정부가 현장을 잘 확인하지 않고, 의사 수요와 공급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질책하며 “의사인력을 추계하는 기구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조규홍 장관은 “현장을 무시한 게 아니다. 수요를 받은 뒤 현장점검을 진행할 것”이라며 “앞으로 정기적으로 의사 인력·수급 상황을 확인하는 기구를 만드는 것은 필요하지만, 지금 만들어서는 2025학년도 정원에 반영하기 힘들다”고 답변했다.
野 의원들 "정원 확대, 지역의대 신설 등 동시 추진" 촉구
앞서 정부는 오는 2025학년도에는 기존 의대 중 역량이 있는 곳에 정원 배정하고 2026학년도부터는 역량은 없지만 투자계획이 있는 기존 의대에 배정, 추후 신설의대도 검토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지역의대 신설 특별법만 7개가 발의돼 있는 상황에서 후순위로 밀려난데 대해 여야 의원들은 불만을 표했다. 충분히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목표가 지역의료 불균형, 인력 양성 문제인데 그 정책 목표를 제대로 실행하려면 정원 확대, 지역의대, 공공의대, 지역의사제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며 “단계적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2025학년도 입학정원을 정할 때 지역의대 신설에 필요한 정원도 별도로 정해놓는 게 정책 목표 달성에 합리적이다”며 “정원을 미리 확보해놨다가 써먹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신동근 보건복지위원장은 “2025년 정원 때문에 의대 신설은 5~6년 뒤 이뤄질 텐데, 지금 결정 못하면 더 미뤄지는 것 아닌가”라며 “동시에 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단이 필요해보인다”고 의견을 보탰다.
강은미 의원은 “의대 정원이 연차별로 확대된다면 지역 의무 복무 방안, 공공의대 신설도 계획안에 포함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