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한 기침이 지속될 때 비염 치료제인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흔히 처방된다. 다만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기침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는지를 두고 논란이 지속된 가운데, 국내 의료진이 기침 치료에는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를 내놔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송우정, 이지향 교수팀은 "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한 만성 기침 환자 49명을 2세대 항히스타민제 혹은 위약 복용 두 집단으로 나눠 2주 치료 후 효과를 분석한 결과, 기침 증상이 두 집단 모두 완화됐지만 호전 정도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알레르기 비염이 만성 기침을 일으키는 기전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임상 현장에서는 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한 만성 기침 치료에 항히스타민제 등 비염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다.
알레르기 비염이 만성 기침을 일으킬 수 있다고 흔히 알려져 있고, 실제로 비염은 물론 기침까지 호전되는 경우가 경험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기존 항히스타민제가 갖고 있던 중추신경계 부작용을 없애 알레르기 비염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약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한 만성 기침 환자에도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흔히 처방됐다.
하지만 2세대 항히스타민제의 기침 완화 효과에 대해서는 적절한 위약대조 임상시험이 없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었다.
이에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은 지난 2021년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알레르기 비염으로 3주 이상 기침이 지속돼 병원을 방문한 환자 중 49명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25명은 2주 동안 항히스타민제를, 24명은 위약을 복용토록 했다.
이후 기침과 관련된 삶의 질에 대한 ‘레스터 기침 설문(LCQ)’을 치료 전후로 실시한 결과, 항히스타민제 복용 집단은 2주 후 설문 점수가 평균 12.49점에서 15.94점으로 3.45점 높아졌다.
위약 복용 집단도 레스터 기침 설문 점수가 평균 12.77점에서 15.81점으로 3.04점 높아져, 두 집단 모두 기침 관련 삶의 질이 상승한 정도가 거의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스터 기침 설문 점수가 5점 이상 크게 상승한 환자 비율 역시 항히스타민제 복용 집단은 36%, 위약 복용 집단은 32%로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시각아날로그척도(VAS)를 활용해 참가자들의 증상 호전 정도를 추가 분석했다. 이 평가는 증상 정도를 환자 스스로 100mm 가로선에 표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활용해 기침, 목 이물감의 중증도를 측정한 결과, 두집단 모두 호전됐지만 정도에 있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항히스타민제 복용 집단의 경우 기침 중증도 시각아날로그척도 점수가 평균 31점 낮아졌으며, 위약 복용 집단은 평균 25점 낮아졌다.
목 이물감 시각아날로그척도 점수도 항히스타민제 복용 집단은 평균 28점, 위약 복용 집단은 평균 27점 낮아졌다.
송우정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은 만성 기침 환자에서 흔히 동반되는 문제로,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부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흔히 처방되고 있었다”면서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알레르기 비염의 표준치료제인 것은 변함이 없지만 만성기침 조절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과가 만성기침 환자에서 불필요한 약제 사용이 줄어드는 계기가 되고 추후 기침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에도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번 연구는 유럽호흡기학회 온라인학술지인 ‘유럽호흡기저널 오픈 리서치’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