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력한 의대증원 방침에 이어 6개월 전(前) 폐기됐던 간호법이 재발의되며 의료계 전반적으로 총파업 전운(戰雲)이 고조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최근 삭발을 강행하며 의대 증원 관련 파업에 대한 회원 찬반투표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법 추진에 강경 반대하며 단체행동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간호법은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보건의료계 갈등 심화 등을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입법 목전에서 폐기됐다.
하지만 11월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고영인 민주당 의원이 간호법을 재발의하면서 의료계 갈등의 불씨가 다시 타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 간호법 투쟁 당시 총파업 등 단체행동을 이끌며 주도적 역할을 보인 간호조무사협회는 "민주당이 재추진한 간호법 추진을 강행할 시 또다시 단체행동을 진행하며 강력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간호조무사협회는 그간 의료법 제80조 제1항 제1호가 규정하는 간호조무사 자격을'특성화고등학교의 간호 관련 학과 졸업자'에서 '특성화고 간호관련학과 졸업자 또는 그 이상의 학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자'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재발의된 간호법은 이와 무관한 의료법 제80조 제1항 제4호를 '고등학교 졸업자로서 간호학원 수료자'에서 '고등학교 졸업 이상 학력 인정자로서 간호학원 수료자'로 변경했다.
이에 간호조무사협회는 '눈속임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간호조무사협회 관계자는 "이는 결국 간호특성화고 졸업자 아니면 모두 간호학원을 수료해야 한다는 얘기로 지금과 달라지는 것이 없다"며 "전문대 간호조무과 졸업생은 여전히 시험응시 자격이 없어 간호학원에서 다시 공부해야 하는 위헌적 차별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간호법 재발의 과정에서 수차례 논의를 거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간무협 관계자는 "민주당은 간호법을 재발의하면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여러 보건의료단체 요구사항을 수렴해 조율했다"며 "다른 직역과 합의할 수 있는 수용성 높은 법안을 만들겠다고 얘기했지만 달라진 내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민주당은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학력제한 폐지와 관련한 협회 요구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라며 "본인들이 재발의한 간호법이 협회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도 알고 있으면서 '일부 수용했다'는 말장난으로 국민을 속이고 기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협회에는 간호협회 반대가 극심해 요구를 수용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며 "다른 보건의료단체를 모두 저버리고 간호협회와 한통속이 된 민주당에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참담하다"고 덧붙였다.
간호조무사협회는 민주당이 간호법 추진을 강행할 시 의료계 갈등은 불가피하며 끝까지 투쟁으로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간무협 관계자는 "우리는 민주당이 재발의한 간호법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의료계는 또다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간호조무사협회는 지난 간호법 추진 당시 삭발투혼 및 단식농성을 진행한 것처럼 이번에도 보건의료 투쟁 선도에 설 것"이라며 "끝까지 민주당과 맞서 싸우며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협상→강경투쟁' 선회…비대위 구성 등 단체행동 예고
대한의사협회 또한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강력한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삭발을 감행하며 투쟁 의지를 드러냈다.
의협은 26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전국의사대표자 및 확대 임원 연석회의’를 개최하고 "정부의 일방적 행보가 계속된다면 전국의사총궐기대회 등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필수 회장은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전국 의과대학 수요조사와 관련해 "정부의 편파적 조사와 독단적 발표에 강한 분노를 느낀다"며 "정부는 과학적·객관적 분석 없는 일방적인 수요 조사를 근거로 의대 정원에 대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의사 인력 배분에 대한 분석 없이 필수의료 공백을 의대 증원만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며 "일방적 정책 추진은 그간 협의체 논의를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들은 그간 대화 및 협상 중심이었던 대응 체계를 강경투쟁으로 선회하겠다고 밝히며 총파업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필수 회장은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해 의료계가 단일대오로 적극 행동을 시작할 때"라며 "정부의 일방적 추진이 계속된다면 권역별 궐기대회, 전국의사 총궐기대회 개최 등 투쟁 강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증원을 추진하면 파업에 대한 전 회원 찬반투표를 즉각 실시해 파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