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들의 역차별 논란이 일었던 의료폐기물 멸균분쇄시설 설치기준이 ‘민생규제 혁파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더욱이 전세계적 추세인 탄소 배출 절감에도 역행하는 규제인 만큼 정부가 속도감 있게 규제 개선을 추진할 전망이다.
국무조정실은 기술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서민과 중소기업들 불편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민생규제 167건을 지목하고 신속한 해소 방안 마련을 약속했다.
해당 규제에는 의료폐기물 멸균분쇄시설 설치기준도 포함됐다.
현행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는 ‘의료폐기물 배출자가 설치하는 멸균분쇄시설 처분능력은 시간당 100kg 이상 시설’로 명시돼 있다. 2001년 이후 22년째 동일한 기준이 적용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적어도 700병상 이상 대형병원 정도는 돼야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 일반 종합병원이나 중소병원들은 원천적으로 설치가 불가하다는 얘기다.
대형병원들 역시 기준에 부합하기는 하지만 대형 멸균분쇄시설 설치를 위해 적잖은 공간이 필요한 만큼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현재 국내 의료기관 중에 멸균분쇄시설을 가동하는 곳은 분당서울대병원과 용인세브란스병원, 시화병원, 가천대길병원 등 4개에 불과하다.
병원 내 멸균분쇄시설을 설치, 운영하면 기존 의료폐기물 처리 비용의 최대 70%까지 절감할 수 있음에도 과도한 진입장벽으로 저변화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은 유해 쓰레기인 의료폐기물의 친환경적 처리 방식에 몰두하는 세계적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세계 의료폐기물 처리방식은 기존 ‘소각’에서 ‘멸균‧분쇄’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환경계획(UNEP)는 멸균분쇄시설을 통한 처리를 권고하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심지어 개발도상국들도 의료폐기물의 일정 비율을 멸균분쇄 방식으로 처리토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폐기물 멸균분쇄방식 기준이 수 십년 동안 변하지 않고 있어 관련 환경기술 산업경쟁력이 크게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무조정실은 “현실에 맞지 않는 불필요한 규제가 중소병원들 발목을 잡고 있다”며 “다양한 멸균분쇄시설 허용 및 처분능력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의료폐기물 처리방식 기술 변화를 반영해 연구용역을 거쳐 관련 규정 개정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민생규제 개선 대상에는 의료인 현장 의료를 위한 포터블 엑스선 활용 허용과 공공심야약국 법제화 등도 포함됐다.
포터블 엑스선(Portable X-ray)은 휴대가 가능한 이동형 검사장비로, 그동안 병원 밖 사용기준이 없어 도서 산간이나 이동검진 등에 활용이 불가했다.
하지만 정부는 앞으로 저선량 이동형 X-ray는 간소화 기준으로 허용해 의료취약계층 응급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심야·휴일에도 의약품 구매가 가능하도록 법제화를 통해 공공심야약국 설치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