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진료 축소 등 폐과 임박 탄식 현실화"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학회 이사장
2023.12.18 06:02 댓글쓰기

전공의는 전문의가 되기 전(前) 수련을 받는 교육생인 동시에 대학병원 진료의 핵심 인력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필수의료 분야 전공의 기피현상이 심화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인프라 붕괴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그 중 소아청소년과는 대한의학회 승인을 받아 활동하는 26개 전문과목 중 젊은 의사들 기피현상이 가장 심각해 매년 모든 수련병원에서 인력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지방은 물론 수도권 대형병원에서도 정원 충원에 실패하면서 진료과 운영에 차질을 빚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위기감을 인지하고 소아 진료 정책가산금을 신설하는 등 다양한 해결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의료현장에서는 '소아청소년과 폐과가 임박했다'는 성토만 쏟아지고 있다. [편집자주]


"정부 지원으로 지난해 수준을 겨우 유지한 게 유일한 위안입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대대적인 소청과 진료 축소가 불가피합니다."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이 2024년 상반기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 모집결과를 두고 내린 진단이다.


특히 최근 수 년 간 이어진 전공의 지원율 하락 탓에 전국적으로 소청과 진료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며 우려감을 표했다.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 6년새 80%p 이상 '뚝'


소아청소년과는 저출산, 저수가 등 시대와 제도적 문제로 전공의 지원율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실제 2017년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113%에 달했지만 2020년 79%로 떨어지기 시작해 2021년에는 37%로 급락했다.


특히 2022년에는 16%로 떨어지는 등 이른바 '빅5 병원'에서도 정원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소아 의료체계 위기감을 키웠다.


"전공의 지원율, 정부 지원으로 작년 수준 유지한게 그나마 다행"


올해도 상황은 여전했다. 지난 6일 마감된 '20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전기 모집' 결과 소아청소년과는 정원 205명에 53명이 지원해 지원율 25.6%를 보였다. 


이는 26개 진료과목 중 최하위로 대표적인 기피과인 산부인과(67.4%), 흉부외과(38.1%)보다 확연히 심각하다.


이번 모집에서 소청과 전공의 정원을 모두 확보한 병원은 고작 3곳에 불과했다. 빅5 병원 중에서도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만 정원을 채웠다.


반면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은 모두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특히 세브란스병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원자를 단 한 명도 받지 못했다.


김지홍 이사장은 "올해 정부 지원 대책이 나오면서 전공의 지원율이 지난해 수준을 겨우 유지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대로라면 소청과 진료 축소는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과 수련병원 82% 입원병상 '축소'


실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에서 소청과 진료량 축소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학회가 지난 8월 전국 95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95곳 중 77곳(82%)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입원병상을 축소 운영하고 있으며, 이중 3분의 1은 50% 미만으로 진료를 줄였다.


또 수련병원 14곳(15.4%)은 전공의 인력 문제가 악화할 경우 현행 대비 병동 입원진료 추가적인 축소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내후년에는 상황이 더욱 우려스럽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는 진료과목 존치를 위해 절박한 심정으로 지난해부터 전공의 수련기간을 '4년제'에서 '3년제'로 전환했다.


이에 오는 2025년부터 전공의 3~4년차가 동시에 병원을 떠나게 되는데 현 상황에서 비춰보면 수도권 68%, 비수도권 86% 병원에서 소청과 전공의가 한 명도 없게 된다.


소청과 전문의 가산, 초진 이어 재진도 30% 확대법적 보호조치 등 고강도 후속 대책 시급


김지홍 이사장은 소아 의료체계 재정립을 위해서는 '강력한 수가 조정'이 시급하다고 설파했다.


정부에서 소아 필수의료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료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강력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 이사장은 "우선 1차 의원급 소청과 전문의 운영이 유지되도록 소청과 전문의 30% 가산을 '초진'에서 '재진'까지 즉시 확대하고 가산율을 100%까지 단계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 교수를 늘려 전공의 졸업 후 진로 선택 폭을 넓히고 전문의 중심 진료, 근무조건 향상 및 처우 개선, 인력 보강이 필요하다"며 소아 입원료도 연령가산 100% 이상 인상을 제시했다.


의료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조치도 필요하다.


실제 지난 2018년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 중환자실 집단사망 사고가 일어나며 당시 의료진이 구속 수사를 받은 바 있다. 


해당 의료진은 오랜 법정공방 끝에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의사들의 소청과 기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김 이사장은 "무과실 의료사고로부터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러한 정책을 기반으로 매년 최소 120명 이상 신규 전공의를 충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와 지방정부 소아보건의료체계 유지 의무를 규정하는 어린이건강기본법제정 및 소아보건의료 전담부서 설치도 제안했다.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지원 정책이 일부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큰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부족하다"며 고강도 대책안을 거듭 주문했다.


이어 "수가조정이 보강되지 않으면 현 상태 유지도 어렵다. 신속한 후속대책을 마련해야 내년에 조금의 반등이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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