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인도주의 원칙을 고수하며 국내 공공의료의 중추 역할을 수행해 온 적십자병원이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예고했다.
더욱이 코로나19 이후 공공병원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적십자사 산하 전체 병원 수장 공모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 들어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적십자사는 최근 서울·인천·상주·통영·거창병원의 신임 병원장을 공모 중이며, 영주병원과 경인재활병원장은 오는 5월 후임자 인선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국의 7개 적십자병원들은 코로나19 기간 동안 감염병전담병원 역할을 수행했으나 현재 그 여파로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는 상황이다.
병원 운영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공공병원에 대한 정부의 인색한 지원책을 원망하기 보다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러한 행보에는 지난해 8월 취임한 제31대 대한적십자사 김철수 회장의 확고한 의지가 투영돼 있다.
평생을 의사이자 병원 경영인의 삶을 살아 온 김철수 회장은 취임 이후 그동안에 쌓은 경륜을 바탕으로 적십자병원 운영 정상화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특히 공공병원이 역대급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인재를 영입해 공공의료를 더욱 확대하고 안정적인 병원 운영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산하 7개 병원의 수장 공모라는 결단을 내렸다.
김철수 회장은 취임 당시에도 “지속가능한 공공의료 기반 조성에 힘쓰고 경쟁력 있는 병원을 만들겠다”며 전국 적십자병원들의 경영 정상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희망진료센터, 누구나진료센터 등 의료취약계층을 위한 사업을 수행 중인 적십자병원들은 여느 민간병원들과 달리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김 회장은 적십자병원들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재원이 필요하다고 판단, 기업과 개인의 후원을 독려하고 나섰다.
솔선수범 차원에서 취임 후 사재 1억원을 쾌척했고, 지금까지 기업과 개인을 합쳐 20여 회원의 RCHC(적십자 고액 기부자 클럽) 가입을 이끌어냈다.
또한 의료단체와의 활발한 사회공헌 협약을 통해 재난 발생 시 의료지원 및 구호 활동, 기부문화 확산에 힘쓰는 등 네트워크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김철수 회장은 “전국의 적십자병원은 한국 근현대사를 함께 하며 굳건하게 공공의료를 수행했지만 최근에는 생존을 위해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산하 병원장 공모는 변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의료와 경영 전문성을 고루 갖춘 인재를 통해 적십자병원의 환골탈태를 도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