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일 국내총생산(GDP)과 의료비 등 수치를 제시하며 의대 증원 필요성을 강조한 것을 두고 의사들이 공분(公憤)하고 있다.
의사들은 윤 대통령 발언 이후 즉각 SNS를 통해 상관성이 낮은 수치들을 나열했다고 주장하면서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 선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건강보험이 처음 도입된 1977년 이래 우리나라 GDP는 116배, 국민 의료비는 511배나 증가했지만 이 기간동안 의사 수는 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기간 의대 정원은 1380명에서 3058명으로 겨우 2.2배 증원됐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 소재 상급종합병원 A 교수는 SNS에 "1977년 의료보험 가입률은 8.8%였고, 2023년 가입률은 97.4%였다. 그럼 가입 인구당 의료비는 511배가 아니라 31배 늘어난 건데, GDP는 116배 늘어난 셈"이라고 꼬집었다.
빅5 병원 B교수도 "GDP 증가와 의사 수 증가가 무슨 상관관계가 있나. 도대체 언제 어느 나라가 GDP 증가율에 따라 의료인력 수급 정책을 펼쳤나"며 목소리 높였다.
이어 "아무 관련도 없는, 자기 마음에 드는 수치만 갖고 와서 주장을 펼치는 것도 거짓선동"이라며 "대통령이 이런 주장을 펼쳤다니 한심하기 그지 없다"고 개탄했다.
수도권 소재 상급종합병원 C교수도 GDP 및 의료비, 의사 수 등의 수치를 거론하면서 "각각의 지표가 서로 비교 대상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이들 지표는 국가 간 비교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 개원의는 "통계를 이용하려면 GDP 116배 증가하고 새우깡 가격 26배 증가할 때 초진료는 12.75배, 재진료 15.64배 밖에 증가하지 않아 진찰료를 최소한 2배, GDP 대비해서는 최소한 7~8배 더 올려야 한다는 얘기를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지난 50년 동안 의료행위 단위 점수당 수가는 겨우 9배 올랐다. 수가 인상률과 물가 인상률을 비교해야 한다. 도대체 대통령 곁에서 조언하는 이가 누군지 궁금하다. 인기몰이도 이렇게 하는 건 아니다"라고 일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