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간암 치료법 개발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간암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표적 물질을 찾아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유창훈, 김형돈 교수팀은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 병용 치료에도 빠르게 악화된 환자에게 특정 단백질(TMEM176A/B)이 2배 이상 더 발현됐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단백질은 우리 몸의 면역 체계에 의한 염증 반응을 활성화하는 염증소체를 억제하는 물질이다.
해당 단백질이 과도하게 발현돼 있다는 것은 면역시스템이 그만큼 덜 작동해 암을 공격하는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수술이 어려울 정도로 암이 진행된 42명의 간세포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2020년 7월부터 면역항암제 레고라페닙과 표적항암제 니볼루맙 병용 치료를 시행했다.
항암제 치료 전 혈중 종양 DNA 분석과 단세포 RNA 분석 검사로 환자들의 면역세포 특징을 분석하고 항암제 치료 결과와의 상관관계를 살펴봤다.
항암치료 효과가 좋은 상태에서 10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효과가 지속된 환자는 15명이었다. 반면 항암제 치료에도 처음부터 효과가 없거나 단기 효과를 보이다 암이 악화된 환자는 14명이었다.
암이 악화한 14명 환자는 혈액 속 백혈구 중 단핵구가 항암 면역이 떨어지는 형태로 바뀌어 있었다.
또 단핵구에서 'TMEM176A/B'이 장기적으로 항암 효과가 지속된 환자들에 비해 약 2배 이상 발현됐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TMEM176A/B이 과도하게 발현돼 체내 면역시스템 작동이 저하된 것으로 분석했다.
유창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 간세포암에 대한 포괄적 바이오마커 연구"라며 "현재 정체기에 머물러 있는 간암 신약 개발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또 면역항암제 레고라페닙과 표적항암제 니볼루맙 병용 치료 반응률은 약 31%(13명)였으며 평균 무진행 생존기간은 약 7.4개월이라고 분석했다.
항암제 치료 반응률은 장기적 효과와 상관없이 항암제 치료로 한 번이라도 종양 크기가 30% 이상 줄어든 적이 있는 환자 비율을 의미한다.
현재 간세포암 표준 치료법인 면역항암제 '아테졸리주맙'과 표적항암제 '베바시주맙' 병용 치료법 반응률이 30%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두 병용치료 반응률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창훈 교수는 “추가 3상 연구를 통한 확인이 필요하지만 이번 연구에 사용된 레고라페닙, 니볼루맙 병용요법이 새로운 치료법으로도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유전체 빅데이터 전문기업인 지놈인사이트와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임호영 교수팀,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전홍재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됐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최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