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컴퓨터를 통해 24개 암종에 해당하는 1043명의 암 환자에 대한 대사모델 구축에 성공했다.
KAIST(총장 이광형)는 생명화학공학과 김현욱 교수·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이 서울대병원 고영일·윤홍석·정창욱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암 체세포 유전자 돌연변이와 연관된 새로운 대사물질 및 대사경로를 예측하는 컴퓨터 방법론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최근 암 유발 대사물질(oncometabolite)의 발견과 이를 표적으로 하는 신약들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며 주목받고 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팁소보(성분명 아이보시데닙)’ 및 약물 ‘아이드하이파(성분명 에나시데닙)’가 등이 그 예다.
하지만 암 대사 연구와 새로운 암 유발 대사물질 발굴에는 대사체학 등의 방법론이 필요하며, 이를 대규모 환자 샘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이에 암과 관련된 많은 유전자 돌연변이들이 밝혀졌음에도, 그에 상응하는 암 유발 대사물질은 극소수만 알려져 있다.
김현욱 교수 공동연구팀은 세포 대사 정보를 예측할 수 있는 게놈 수준의 대사 모델에 국제 암 연구 컨소시엄에서 공개하고 있는 암 환자들의 전사체 데이터를 통합했다.
게놈 수준의 대사모델은 세포 전체 대사 네트워크를 다루는 컴퓨터 모델이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24개 암종에 해당하는 1043명의 암 환자 대사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연구팀은 1043명의 암 환자 특이 대사 모델과 동일 환자들 암 체세포 돌연변이 데이터를 활용, 다음 4단계로 구성된 컴퓨터 방법론을 개발했다.
첫 단계에서는 암 환자 특이 대사모델을 시뮬레이션, 환자별 모든 대사물질 활성을 예측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가 앞서 예측된 대사물질 활성에 유의한 차이를 일으키는 짝을 선별한다.
세 번째 단계는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와 연결된 대사물질을 대상으로, 이들과 유의하게 연관된 대사경로를 추가 선별한다.
마지막으로 ‘유전자-대사물질-대사경로’ 조합을 완성, 컴퓨터 방법론 결과로써 도출하게 된다.
논문 공동 제1 저자인 이가령 박사(다나파버 암센터 및 하버드 의과대학 박사후연구원)와 이상미 박사(하버드 의과대학 박사후연구원)는 “이번 연구에서 개발된 방법론은 암 환자 코호트의 돌연변이 및 전사체 데이터를 토대로 다른 암종도 쉽게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전자 돌연변이가 대사경로를 통해 어떻게 세포대사에 변화를 일으키는지 체계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최초 컴퓨터 방법론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욱 KAIST 교수도 “이번 공동연구 결과는 향후 암 대사 및 암 유발 대사물질 연구에서 중요한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논문은 바이오메드 센트럴(BioMed Central)社가 발행하며, 생명공학 및 유전학 분야의 대표적 국제학술지 게놈 바이올로지(Genome Biology, JCR 분야 상위 5% 이내)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