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의사들이 한국에 모여 의대 증원과 의사 파업, 수술실 CCTV 등 각국 의료 현안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장(場)이 마련될 예정이다."
박정율 세계의사회(WMA) 의장은 지난 9일 의협 출입 기자단과 가진 간담회에서 "오는 4월 18일부터 20일까지 '2024 WMA 제226차 서울의사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지난 2021년 이사회 개최지로 선정됐지만 당시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이번 회차를 맡은 포르투갈이 여건이 안 되면서 한국이 또 한 번 맡게 된 것이다.
공교롭게도 정부와 의료계가 의대 증원 문제로 첨예하게 갈등 중인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세계의사회 미션과 비전을 공유하고, 나아가 세계 각국 현안과 국제 보건이슈를 다룬다.
의사 역할·책임이라는 제목으로 심포지엄 진행
박정율 의장은 "이사회가 열리기 전인 4월 16일에는 글로벌 포럼을 기획했다"며 "각국 현안과 관련한 의사 역할 및 책임이라는 제목으로 심포지엄이 열린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세션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5개국 중요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라며 "세계의사회는 미션과 비전에 포함된 의료윤리, 의학교육 등에서 국제적 표준을 도달하려면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갑자기 의대 정원을 급격하게 늘린다든지 의대 정원 문제가 정치적인 영향에 의해 좌우돼선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장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만, 나이지리아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있었고, 지난달에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 의료인들이 정부 정책에 반대해 파업에 나선 바 있다"며 "나라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국내는 대치 상황이나 답보 상태를 넘어 교착상태까지 와서 진전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 전체 의사 수는 적지만 활동의사 증가율은 세계 1위
실제 한국의 전체 의사 수는 적지만 활동의사 증가율은 세계 1위다. 4년 후 2028년이면 이 같은 활동의사 수가 11만5000명이 되는데 인구 대비 측면에서는 선진국들보다 높은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의대 증원에 유리한 통계만 앞세우며 의료계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오히려 반대 목소리를 내는 젊은 의사들에게 행정명령을 내리며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세계의사회도 이런 문제를 인식, 성명서를 통해 "의사 직역에 대한 자율성과 권한, 권리를 배제하고 정부가 협박 등 강압적인 태도로 젊은 의사들과 학생들을 상대하는 점을 크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전후 70여년간 수많은 의료인들이 노력하고 희생하며 나름 역할을 하며 발전시켜온 대한민국 의료가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 안타깝다"며 "젊은 의사들인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자발적 유급과 사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대해 선배 의사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또한 세계 의사들의 관심이 높은 국내 이슈 중 하나는 수술실 CCTV 설치"라며 "수술실 CCTV는 환자의 개인정보 등을 포함한 인권 문제는 물론 의료인의 인권 문제, 의료 윤리 등이 복합된 이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의사회 미션과 비전은 진료, 의료윤리, 의학교육, 건강과 관련된 인권 등 네 가지 핵심요소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포럼과 이사회 등을 통해 논의된 사항은 결의안, 성명서, 선언문 등의 형식으로 발표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대한민국의 독특한 건강보험제도를 알리고, 지난 10년 전부터 개정되지 않은 헬싱키 선언과 관련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며, 면허관리 등 의사 자율성과 독립적 관리 등도 다룰 방침이다.
박정율 의장은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등이 참석해 우리나라만의 건강보험제도를 소개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의료연구에서 인간 피험자의 복지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의사 권고를 담고 있는 헬싱키 개정 작업을 세계의사회에서 지난 2년 동안 진행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올해 이사회에서 헬싱키 선언을 개정한 재선언 내용이 최종 결정될 예정"이라며 "의사단체의 면허관리 등 자율성과 독립성 확보 방안 등도 논의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