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대통령실 참모들이 대거 사의를 표한 것을 두고 의료계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라”며 일침을 가했다.
의과대학 증원 강행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을 통해 압박을 가했던 정부 행태를 빗댄 불만 표출로 풀이된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이도운 홍보수석, 한오섭 정무수석 등도 수석 비서관급 이상 참모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데 따른 행보로,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통한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에 힘을 싣기 위한 참모진의 용퇴라는 분석이다.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의 사의 표명 소식이 전해지자 의료계는 “명백한 집단행동”이라며 “대통령은 이들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라”고 힐난했다.
의과대학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행했던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우회적 비판이다.
정부는 최근까지 100개 수련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규모를 최대 1만1900여명으로 발표했고, 실제 면허정지 등 처벌 대상은 6000여명으로 공개한 상태다.
하지만 정부는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업무개시명령서 수령 거부 사례가 늘자 이에 대한 공시송달을 두 차례 시행했다.
지난달 1일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 등 13명을 시작으로 지난달 18일에는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 1308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공시송달했다.
의료인의 집단행위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만큼 즉시 병원에 복귀해 환자 진료를 개시하라는 명령이었다.
의사들은 이에 빗대 “대통령실 참모진 집단사직은 국가 안위와 민생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만큼 대통령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의사들 커뮤니티에는 대통령실 참모진에 대한 ‘겸직금지명령’이 필요하다는 글도 게재되고 있다.
수련병원에 사직서를 낸 후 다른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전공의와 이들을 고용한 개원의에 대한 형사처벌을 운운했던 정부 행태를 우회적으로 질타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정부는 생계를 위해 재취업에 나선 일부 전공의에 대해 “수련병원 외의 다른 의료기관에 근무해서는 안된다”며 “이는 수련규칙에 따라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압박했다.
특히 “이들 전공의를 고용한 개원의나 병원장도 형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며 사실상 겸직금지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대통령실 참모진 역시 업무개시명령과 함께 겸직금지명령을 발동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계 한 원로는 “의사들이 오죽했으면 이런 황당한 주장까지 하겠냐”며 “이는 그동안 정부가 보여준 강압적 태도에 대한 반감 표출”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총선에서 성난 민심이 확인된 만큼 정부는 의료대란 종식을 위한 전향적 입장을 내놔야 한다”며 “의사와 환자를 더 이상 사지로 내몰아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