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입원환자 항생제 치료과정에서 발생하는 ‘클로스트리듐 디피실균 감염증(이하 CDI)' 전파 특성을 분석한 결과, 격리보다 관리 강화가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를 얻었다.
현재 감염병 가이드라인에서는 CDI 전파를 예방하기 위해 격리 조치가 권고되고 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감염내과 김민형 교수[사진]와 용인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김희정 교수 공동연구팀은 병원 내 직원과 환자 및 보호자 위치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시스템(RTLS)을 활용해 CDI 전파 특성을 분석, 이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18일 밝혔다.
CDI는 설사와 장질환을 일으키며, 재발이 잦고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다. 최근 감염 환자가 급속도로 늘어나 미국에서만 연평균 2만9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연구팀은 RTLS를 이용해 지난 2021년 9~12월 CDI 진단을 받은 입원환자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2520명에 의한 접촉사례 3620건을 분석하고, 접촉자들을 대상으로 3개월 내 CDI 감염 여부를 추적관찰했다.
전체 접촉사례 중 직접 접촉은 909건, 의료진을 통한 간접 접촉은 421건, 의료장비 등으로 인한 환경 노출은 2290건이었다.
전체 접촉자 중 58명이 3개월 내 CDI로 진단됐으며, 접촉사례 기준으로는 전체 3.5%인 126건이었다.
이후 새롭게 CDI로 진단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CDI가 기존에 진단됐던 환자들로부터 전파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전장유전체분석(WGS)을 시행했다. 이 결과, CDI 균주가 변이된 전파 건수는 2건(2명)으로, CDI 전파비율은 0.05%에 불과했다.
CDI 전파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평균 접촉시간은 1시간 53분으로 매우 짧았고, 설사 등의 증상이 없는 무증상 시기의 접촉에도 감염병 전파가 이뤄졌다.
김민형 교수는 "CDI는 무증상 시기의 짧은 시간 접촉만으로도 감염병의 전파가 이뤄질 수 있는 반면, 병원 내 CDI의 전파율은 0.05%로 낮았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CDI의 원내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기존 증상 위주 격리보다 철저한 환경 소독을 포함 감염병 예방조치를 강화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방법으로 여겨진다"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를 거치며 격리를 필요로 하는 질환이 증가하고 의료기관에서는 격리실 부족 상황을 겪고 있다"며 "개별 감염병의 정확한 특성을 분석하고 과학적인 예방법을 수립한다면 이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신종감염병'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