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연합뉴스
일부 병‧의원이 국가필수 홍역 백신을 공급받지 못하는 사태가 불거지면서 정부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데일리메디 취재 결과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백신 MMR2(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가 특정 병‧의원에 더 많이 공급되거나 일부는 공급 받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내 홍역이 확산하고 있고 국내도 일부 지역서 확산될 기미가 보인다. 실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서는 최근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일부 의료진이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내는 한국MSD 'MMR2', GSK '프리오릭스' 등이 시판 중이다. NIP 사업에 한국MSD의 MMR2가 단독 지정돼 생후 12~15개월(1차), 만 4~6세(2차)에는 1회씩 무료로 접종받을 수 있다.
당초 한국MSD와 함께 GSK도 함께 NIP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최종적으로 한국MSD만 참여하게 되면서 공급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의료 현장에선 백신 공급에 대한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환자들 입장에선 인근 소아과 병원에서 맞지 못하고 다소 거리가 있는 지역으로 이동, 접종해야 하는 등 불편도 예상된다.
국내 소아과병원도 접종 가능 기관이 있지만 일부 병원은 제한적으로 공급 받고 있어 접종하기 어려운 상황도 더러 있었다. 이들 병원은 “약이 들어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의사들 내부 커뮤니티에서도 MMR2 백신 수급에 대한 상황에 대한 성토의 글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지방 중심으로 백신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의료계 “MMR2 백신 정부 수급정책 근본적 문제”
문제는 이처럼 MMR2 백신이 부족해진 것은 예견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진행한 NIP 사업 자체가 문제 발생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 수급정책에 있다”며 “기존 NIP에 참여했던 경쟁사 GSK가 갑자기 ‘프리오릭스’ 공급 중단을 결정한 상태에서 홍역 이슈 등이 겹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그런 상황에서 물량이 필요가 있어 보이는 특정 의료기관에 쏠렸을 수 있다”며 “이것은 공급이 충분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신은 생산 단계에서 공급이 결정되고 한국 물량 분배도 사전 결정된다. 그런데 그동안 문제없이 공급되던 경쟁 제약사 백신의 갑작스런 수입 중단이 오히려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품절 이슈는 최근 자주 발생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백신 회사들이 우리나라에 백신 공급 안 하는 이유를 회피하고 제한적 물량만 어떻게 공급할지를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NIP 단가가 낮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회사가 우선순위를 결정해야 된다면 입찰에 의해 정해진 국가 백신은 회사 입장에서 공급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가격 단가를 낮춰 공급을 받아오는 것과 더불어 의사들 입장에서도 MMR2 백신에 대한 혜택이 적어 실제 사용을 꺼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은 “정부가 포퓰리즘으로 국가백신 사업을 시장 물가에 연동하지 않다보니 의사들이 접종을 함으로써 얻어지는 이익이 줄었다”며 “백신관리 제반 비용도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백신 자체가 생물학적제제로 보관에 한계가 있고 유통사 입자에서 지방까지 모두 동일하게 공급할 경우 재고가 쌓이기만 하고 폐기되는 등 자신들에게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게다가 의사들이 진찰하고 인건비 이런 것들이 다 포함돼서 접종이 돼야 하는데 국가가 딱 묶어놓으니까 갑자기 시장 기능이 없어진 것”이라며 “제약사나 유통사보다는 정부가 시장 기능 자체를 마비시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질병청은 “국내 MMR백신은 2개 업체(MSD사,GSK사)에서 공급했으나 GSK사는 내부사정으로 인해 2021년 11월부터 MMR백신 공급을 자체 중단한 상황”이라며 “낮은 조달가격으로 인해 공급이 중단됐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참고로 GSK사에서 공급을 자체 중단한 사유는 MMR백신 시험법 변경으로 인한 분석법 기술이전 문제로 인한 것”이라면서“ 금년 하반기 내 기술이전 완료 및 공급재개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홍역의 해외 유행 상황 등을 고려해서 MSD와 협의를 갖고 MMR백신 물량을 전년 대비 약 25%정도 증대했으며 원활한 MMR백신 수급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