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증원 논란 이후 대한의학회 학술지인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 논문 투고율이 50% 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적 의료 역량 및 지표들이 하락할 것이라는 의료계 전망이 현실화하는 신호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11일 대한의학회 및 전문학회 등에 따르면 의정갈등 이후 올해 의학회 학술지를 비롯한 전문학회학술지 등 춘계학술대회 논문 투고율이 크게 저하됐다.
국내 의료 연구역량 하락은 의대정원 논란에 따른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의대 교수들의 당직 확대 등 업무 가중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도경현 대한의학회 홍보이사는 "의대정원 논란 이후 의학회 학술지 논문 투고율이 절반으로 감소했다"며 "세부적인 수치는 차후 데이터가 쌓이면 더 정확하게 나오겠지만, 감소는 확연하게 눈에 보인다"고 토로했다.
의학회 외에도 대한영상의학회 역시 올해 춘계학술대회에서 연구논문 저하를 겪었고 이는 의대정원 확대 후유증으로 분석했다.
도 이사는 "영상의학회 학술대회에서도 논문 감소가 눈에 띄었다"며 "의대정원 여파로 교수들이 진료에 매몰돼 연구에 집중하기 힘든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 논문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추계학술대회 시즌이 되면 연구논문 감소의 윤곽이 더욱 명확하게 잡힐 것”이라며 “보통 추계시즌에 논문 투고가 더욱 활발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의학회 저널 등은 운영이 힘들 정도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투고량 감소 외에도 동료평가(peer review)도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 상태라는 것이다.
규정상 의학회 논문의 경우 2개월 내 동료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과중된 병원 업무로 해당 기능이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의대 정원으로 촉발된 전공의 사퇴 효과가 의학 학술 활동까지 크게 축소한 셈이다.
타 전문학회 관계자들도 "학회 및 연구 활동 축소 등으로 어려움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전문학회 관계자는 "의대정원 확대 이후 학회들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전문의 감소로 세션운영 수입 감소는 물론 연구논문 투고도 줄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또 다른 A대학병원 교수도 사실상 원내 연구 활동은 중단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A대학병원 교수는 "병원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우리 병원같은 경우 연구 활동이 사실상 멈춘 수준"이라며 "당직으로 인해 교수들 피로감이 극에 달해 연구 활동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