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당제약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의 경구용 복제약 개발에 나서며 미래 먹거리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설비 확충 계획이 공개되는 등 개발이 구체화되자 삼천당제약 주가가 급등, 나흘만에 시가총액이 1조 원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다만, 국내 다수 제약사가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가운데 삼천당제약이 후발주자로 나서면서 경쟁력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천당제약은 지난 15일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임상을 위한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 일정이 확정됨에 따라 CRO업체와 임상 계약을 체결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노보노디스크 오젬픽(당뇨병 치료제)과 위고비(비만 치료제), 리벨서스(당뇨병 치료제)의 주성분으로 GLP-1 유사체 약물이다. 오젬픽과 위고비는 주사제, 리벨서스는 경구제형이다.
삼천당제약은 이중 경구제 제품 복제약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리벨서스는 총 8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데, 물질특허는 2026년부터 종료되며 다수의 제형특허는 2031~2039년 종료된다.
삼천당제약은 S-PASS 플랫폼 기술을 통해 개발한 전달 물질을 접목시킨 오리지널 제형 특허 회피 제품을 개발해왔기 때문에 제형 특허를 회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약동학적 시험도 완료해 동등성 역시 확인됐다.
삼천당제약은 "이르면 오는 2026년부터 세계 첫 먹는 세마글루타이드 복제약 제품을 판매할 것"이라며 "임상 시작으로 지역별 품목허가 취득을 위한 등록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고 밝혔다.
삼천당제약은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의 글로벌 임상과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자체 생산설비 투자 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 18일 자사주 50만주(600억 원 규모) 처분을 결정하기도 했다.
늦어도 내년 1분기 임상을 종료하고 2분기에는 글로벌 허가 신청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며, 올해 3분기부터는 생산 설비 확보에 나선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삼천당제약 주가는 종가 기준 17일 12만1800원에서 19일 16만3800원으로 34.8%올랐으며, 시가총액은 지난 17일 종가 기준 2조8571억 원에서 19일 3조7250억 원으로 이틀 만에 1조 원가량 증가했다.
이에 따라 코스닥 시장 제약 부문 시총 10위권 밖이었던 삼천당제약은 순위는 8위까지 올라왔다.
GLP-1 계열 경구용 비만치료제 개발 경쟁 가열
현재 글로벌 GLP-1 계열 약물 시장 규모는 약 373억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2033년에는 125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릴리의 젭바운드는 일주일에 1회 주사로 투여해야 하기 때문에 복용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다수의 제약사가 경구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 리벨서스의 적응증을 비만으로 확대하기 위해 임상을 마치고 허가 절차를 밟고 있으며, 일라이릴리는 GLP-1 계열 경구용 신약후보물질 올포글리프론을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는 일동제약이 경구용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다. 일동제약의 ID110521156은 GLP-1 호르몬과 동일한 기능을 지닌 저분자 화합물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디앤디파마텍도 경구용 비만 치료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한미약품이 경구용 펩타이드 플랫폼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경구제는 복용 편의성이 높을뿐만 아니라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약가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시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위고비 공급 부족 사태가 날로 심화해 국내 출시도 무기한 지연되고 있는데, 경구제가 출시되면 공급 부족 이슈 해결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다만, 삼천당제약이 개발 중인 SCD0506의 경우 최근 비임상 실험을 완료하고 이제 임상시험 진입을 준비 중인 단계다. 개발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의 경우 개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복제약이긴 하지만 후발주자인 삼천당제약이 얼마나 빠르게 시장에 진출하냐가 관건"이라며 "최근 시장에서는 근육 감소 억제 등 단점을 개선한 치료제나 더 큰 체중 감소 효과가 있는 이중작용제, 삼중작용제 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