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새 없이 이어지는 쇼트폼 콘텐츠 '뇌(腦) 휴식' 언제?
오주영 교수(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2024.08.19 06:00 댓글쓰기

쉴 새 없이 지나가는 짧은 영상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다 보면 재미도 있지만 머릿 속이 더 복잡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끊임없이 뇌를 자극하는 영상에 이끌려 무심코 보다 보면 한두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할 일이 있으니 눈을 떼야 하고 내일을 생각하면 얼른 자야 하는데 쉽지 않다. 과연 쉬는걸까?


언제부턴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짧은 영상 형태인 쇼트폼(Short Form) 콘텐츠가 늘어났다. 


스마트폰만 열면 보이는 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숏츠 등 60초 미만 짧은 영상콘텐츠를 접하지 않은 분이 별로 없을 것이다. 


알고리즘으로 내 관심사에 맞지 않는 콘텐츠가 쉴 새 없이 제공되고, 굳이 선택하지 않아도 바로 다음 영상이 이어지는 구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에 영상을 그만 보려는 적극적인 노력 없이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어지는 다음 영상들을 소비하게 된다. 


재미있는 영상도 많고, 때로는 유용한 정보도 얻을 수 있고, 스트레스도 풀리는 것 같은데, 이러한 쇼트폼 콘텐츠 보기를 굳이 줄여야 할까?


집중하거나 생각하지 않는 수동적인 뇌(腦)


‘팝콘 브레인’. 첨단 디지털기기에서 제공되는 일시적인 콘텐츠에 팝콘이 터지듯 빠르고 강렬하게 뇌가 반응하는 데 익숙해지고,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느리고 약한 일상적인 자극에는 둔감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실제로 짧고 강한 영상 자극에 중독된 사람들은 다양한 정신건강 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틱톡과 같은 짧은 영상, 빠른 콘텐츠 전환에 노출되면 기억력, 집행 기능을 포함한 다양한 인지 영역 기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짧은 영상에 몰입하는 습관은 1분 이상의 긴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또 이러한 콘텐츠를 소비하는 과정은 적극적인 집중이 아니라 수동적인 집중 과정에 가깝기 때문에 주도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해지기 쉽다. 


내 생각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영상을 보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주입된 생각이 내 뇌를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정신과적 질환 측면에서 볼 때, 자극적인 콘텐츠에 중독된 사람은 그 자체로 중독 질환일 수 있고, 우울·불안·ADHD·틱 등 다양한 정신질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자극적인 영상은 단기적으로 우리 뇌에서 쾌락과 흥분을 담당하는 도파민 분비를 유발한다. 이러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시청하면 다른 중독성 물질에 의존된 환자들처럼 비슷한 반응을 얻기 위해 더 강렬한 자극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중독 환자들을 치료할 때 해당 물질로부터 벗어나 뇌가 다시 안정되는 시간이 충분히 필요한 것처럼, 팝콘 브레인의 부작용을 겪지 않기 위해서라도 쇼트폼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고 뇌가 쉴 수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운동과 규칙적인 활동으로 콘텐츠 노출 시간 줄이기 필요


스스로 콘텐츠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이미 오랜 시간 노출돼 중독 수준에 이른 사람이라면 습관적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콘텐츠를 소비하게 된다. 


이런 경우에는 애플리케이션을 삭제하거나 알람을 맞춰놓고 사용하는 것이 좋다. 가까운 곳을 산책하는 등 신체활동을 늘리고, 종이책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특히 자기 전에 침대에서 잠을 청하기 아쉽다면 스마트폰은 저 멀리 두고, 몇 페이지 정도 책을 읽는 것이 좋다. 


시간 여유가 좀 길게 날 경우에는 디지털기기와 거리를 둘 수 있는 운동 등 규칙적인 취미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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