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 글로벌제약사…'감원·구조조정' 지속
작년 엔데믹 영향 이어 올해도 지속…의정갈등 장기화, 병원 경영난도 영향
2024.07.16 05:09 댓글쓰기

작년까지 대대적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도모했던 주요 글로벌제약기업들이 다시 줄줄이 구조조정을 예고,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이들 회사는 경영안정화를 위한 조치로 파이프라인 정리와 함께 본사뿐만 아니라 해외지사 인력 을 대거 축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 여파로 올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국내를 포함 전 세계적으로 약 1만4000개 일자리가 사라질 전망이라는 예측이 제기됐다.


특히 국내에선 의정 갈등에 따른 의사 휴진이 대학병원 교수와 개원의 등 의료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진료량이 줄면서 병원들 매출이 타격을 받았는데 아예 병원이 문을 닫으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화이자·노바티스·BMS·로슈 ‘구조조정’ 발표


최근 제약바이오업계 및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화이자, 노바티스, BMS, 로슈 등이 구조조정을 단행키로 했다.


먼저 화이자는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비용 감축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연간 지출을 40억달러를 줄이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2027년까지 15억달러 추가 절감을 선언했다.


지난해 10월 화이자는 대규모 비용 절감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화이자는 “2024년 말까지 예산을 35억달러 삭감하고 전체 비용을 재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화이자는 목표 삭감 예산을 40억달러로 확대했다.


이 같은 조치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며 백신과 항바이러스제 수요가 급격하게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화이자는 비용 감축 정책의 일환으로 코네티컷, 뉴저지, 미시간, 캘리포니아 등 미국 지사와 영국·아일랜드 지사 등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도 했다.


노바티스는 항암제 및 심혈관 질환 치료제 등 주요 R&D 부문에 집중하며 인력 재편에 나섰다.


앞선 2022년 순차적으로 8000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밝힌 노바티스는 최근 추가로 개발 조직에서 680명을 정리해고키로 했다.


실제 수천명의 일자리 감축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구조조정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최근에는 개발 조직에서만 수백명을 추가 해고한다. 노바티스 개발 부문 인력은 1만2500명에 달한다.


140억달러 규모의 대규모 인수합병을 진행한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퀍(이하 BMS)도 구조조정을 선언했다.


BMS는 최근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구조조정 및 절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내년 말까지 15억 달러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는 이 과정에서 전체 인력의 6%를 해고할 것으로 전했다. 이는 약 2200여명에 달한다.


앞서 BMS는 지난해 카루나 테라퓨틱스를 140억달러에 인수하고 이후에도 레이즈바이오를 41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M&A 행보를 이어왔다.


지난 5년간 M&A와 R&D에만 1320억달러를 투자한만큼 업계의 큰손이었던 BMS가 구조조정 및 절감 프로젝트를 가동한 이유는 엘리퀴스, 옵디보 등 주력 제품의 특허가 만료된 결과로 풀이된다.


로슈 역시 제품개발 부문에서 수백명 수준의 직원 해고를 단행한다. 지속적인 개선과 사업 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인원 감축은 제품개발팀에서 6%미만이며 340여명 정도다.


로슈 실적은 587억 프랑(약 89조2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192억 프랑(약 29조1100억원)으로 13%나 감소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후폭풍으로 진단사업부 매출이 20%나 감소했다.


로슈의 인력감축은 지난 2021년에도 진행됐다. 당시 총 300~400명 가량이 해고됐으며, 2020년에는 로슈가 소유한 자회사 제넨텍에서도 500명 가량의 직원을 구조조정 한 바 있다.


국내 다국적제약사 4곳, 직원 명퇴 346억 지출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기업 직원들의 명예퇴직은 지난해까지 지속됐다.


집계 결과 총 4개사가 지난해 ERP(조기희망퇴직 프로그램) 등에 따라 퇴사하는 직원들에게 법정퇴직금 외에 총 346억여원을 명예퇴직금으로 지급했다.


기업별로는 한국아스트라제네카(AZ)가 25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국노바티스가 2022년에 186억원 규모에 이어 지난해에도 63억원을 지급했다.


한국화이자제약이 2022년 114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대폭 감소한 14억원을 지출했으며, 프레제니우스카비코리아가 같은기간 44억에 이어 지난해 10억원 규모로 보상했다.


이들 기업은 그러나 이 같은 금액이 직원 몇명의 명퇴금으로 지급했는지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제약사에 따라 판매관리비 계정항목에 명예퇴직금, 퇴직위로금, 해고급여 등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 국내 철수 선언에 따른 후속 조치로 ERP를 단행했다. 포시가는 그간 국내서 한국아스트라제네카와 대웅제약이 공동판매 했지만 지난해 계약이 종료됐다.


기존 포시가 판매 부서가 속한 CVRM(Cardio Vascular Renal Metabolism) 사업부는 바이오의약품 사업부로 편입됐다. 이후 바이오의약품, 항암제, 희귀질환 3개 사업부로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인원을 감축했다.


한국노바티스는 지난해 말 1년차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당초 회사는 안과 사업부 43명 중 녹내장과 알러지 제품 담당자 2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전체 직원으로 확대해 20명 내로 변경했다.


노바티스는 “글로벌 조직개편으로 인해 구조조정을 시행했고, 이에 따른 퇴직위로금을 지급하게 됐다”면서 “이번 구조조정은 올해 1월로 완료됐다”고 전했다.


글로벌 화이자의 인력감축 대상에 포함된 한국화이자에는 약 45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현재 일부 인원에 대한 희망퇴직 관련 논의는 거의 마무리된 상황이다.


비용절감 조치에 한국화이자제약도 불안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주요 사업부와 마케팅 부서에 구조조정이 이뤄지며 헤드급 인사들이 교체됐다. 또 일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ERP)을 진행하는 등 비용 절감 조치를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선 대규모 감원의 주된 이유는 코로나19를 거치며 글로벌 제약사의 영업 방식이 비대면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실적 악화 등의 이유도 있겠으나 비대면 방식의 영업으로도 매출을 보전한 기업들은 새로운 영업 환경에 적응했다.


실제 코로나19 백신으로 높은 매출을 올린 화이자의 대규모 감원은 코로나19 기간 의료진과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대면 영업을 꺼리자, 디지털 영업을 포함한 비대면 영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실시됐다.


한 글로벌 제약사 임원은 “코로나19 이후 제약사 영업환경이 크게 변했고, 지난 2년 동안 비대면 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여러 채널을 마련해둔 상황”이라며 “오리지널 제품을 보유한 데다 구체적인 자료와 근거중심 영업을 하기 때문에 대면영업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최근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인력 공백에 따라 대형병원들의 나빠진 경영 상태도 제약사들 인력감축 경향을 더욱 부추기는 모습이다. 


제약계에선 처방약, 전문의약품(ETC) 비중이 큰 회사들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집단 휴진과 진료 축소 등이 장기화될 경우 하반기 경영 실적뿐 아니라 영업, 연구·개발 등 기업 활동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제약사의 한국지사 관계자는 “대학병원 진료 축소로 인해 신규환자 발굴이 안되다 보니 희소질환군 사업이 위축됐다”며 “항암제 사업 부문 매출에도 여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직 일일활동비(일비)를 줄인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미 일부 직군에 대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는데 영업·마케팅 부서 인력 감축과 인력 재배치도 검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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