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 먹구름 드리우는 디지털 치료기기 산업
미국 글로벌 기업들 릴레이 '파산' 등 위기…국내서도 '매각 기업' 등장
2024.07.30 05:45 댓글쓰기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DTx, Digital Therapeutics) 산업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파산과 매각 절차에 돌입한다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유사 사례가 나오면서다.


그간 약점으로 지목된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청산 절차를 밟게 됐다는 평가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기기 국내 1호 상장사 라이프시맨틱스가 우주항공용 소재 기업 스피어코리아에 매각된다.


이를 위해 라이프시맨틱스는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스피어코리아를 대상으로 57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이사회는 같은 날 럭키W신기술투자조합1호와 지오에너지링크에 총 316만1850주를 주당 3530원에 양도하는 주식양수도 계약도 체결했다.


스피어코리아는 럭키W신기술투자조합1호 주요 조합원으로 모든 거래가 완료되는 9월 4일부터 라이프시맨틱스 최대주주는 스피어코리아로 변경된다. 


스피어코리아는 우주항공용 소재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120억원을 달성한데 이어, 올해는 1분기에는 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스피어코리아는 디지털헬스 및 의료 인공지능(AI) 산업을 미래 4차 산업시대 핵심산업 한 축으로 보고 라이프시맨틱스 사업 일체를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데이터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우주항공에 접목해 사람에게 불리한 우주 환경에서도 건강을 유지, 보호할 수 있도록 돕는 항공우주의학 분야 선도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스피어코리아 관계자는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서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 이번 인수를 결정하게 됐다"며 "이번 인수를 통해 확보한 라이프시맨틱스의 우수한 의료AI 기술을 토대로 미국 시장의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라이프시맨틱스는 2012년 9월 설립된 이후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 다양한 사업 영역을 구축해온 선두 기업이다. 2021년 3월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 업계 최초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1호 상장 기업'이라는 수식어도 차지했다.


다만 미미한 사업 성과로 줄곧 적자를 이어왔고 자금 수혈이 시급해진 상황에서 결국 매각을 선택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라이프시맨틱스 매각 소식에 업계도 어수선한 분위기다. 특히 송승재 대표가 업계 동반 성장을 위해 물심양면 노력해온 인물로 평이 나있던 만큼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모습이다.


현재 송 대표는 보유 주식 전량(보호예수 물량 제외)을 매도하고,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예견된 일?…디지털 치료기기 본토 미국서도 잇단 청산


업계에서는 국내 디지털 치료기기 기업들의 위기는 사실 예견된 일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본토로 불리는 미국을 보면 알 수 있다.


실제 이달 초 미국 보스톤에 위치한 디지털 치료기기 기업 아킬리(Akili Interactive)는 버추어 테라퓨틱스(Virtual Therapeutics)에 3400만달러(한화 약 467억원)에 매각됐다. 


아킬리는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세계 최초로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 디지털 치료기기 '인데버Rx(EndeavorRx)'를 개발한 기업이다. 아킬리 매각은 수익성 악화가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이밖에 업계 대표주자로 꼽히던 베터 테라퓨틱스(Better Therapeutics)도 지난 3월부터 대규모 감원에 이어 청산 절차를 돌입했으며, 세계 최초 디지털 치료기기 기업인 페어 테라퓨릭스(Pear Therapeutics)도 지난해 3월에 파산한 바 있다.


이들 기업 모두 한 때 기업가치가 10~20조원에 달했던 만큼 업계에도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이 처럼 글로벌 기업은 물론 국내 기업들 경영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향후 산업 전체가 침체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망하는 이유를 일반화할 순 없지만 아무리 좋은 기술력도 환경이 받쳐줘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국내에서도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과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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