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이의 의료격차로 원정진료가 늘어난 가운데, 강원도민의 빅5 병원 진료비가 10년새 2.37배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필수의료 전달체계의 정상화와 더불어 지역 의료인력의 확보가 해결책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의사 인력 추계를 반드시 선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임재영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4일 연구원 정책톡톡에 '강원도민이 수도권 의료기관에서 지출한 의료비용은?' 제하 보고서를 발간하고 도민들의 빅5 병원 및 수도권 원정진료에 사용한 비용을 분석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근거해 분석한 결과, 강원도민이 지난 2022년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 등 빅5 병원에 지불한 진료비는 약 1975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인 지난 2013년 833억원과 비교해 약 2.37배 늘어난 수치다.
특히 정형외과, 산부인과, 외과, 내과 등 4개 진료과목 환자들이 수도권 병원에서 입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가령 정형외과 관련 질환에 의한 강원도민 총 입원 건수는 5만1970건이었으며, 이 중 수도권 의료기관 입원 비중이 24.7%에 달했다. 이는 17개 광역시도의 평균 10.2%보다 2.42배나 높다.
강원도의 산부인과 및 외과 질환자의 입원 역시 각각 16.8%, 39.8%가 수도권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밝혀졌으며, 내과 질환자의 수도권 의료기관 입원 비중은 20.9%로 전국에서 4번째로 높았다.
정형외과 원정진료 교통비‧간병비만 94억원…공공의료기관 확충 필수
임 연구위원은 이런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쏠림현상 발생 원인에 대해 "강원도민이 느끼는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가 크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단위면적당(100㎢)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수는 강원도가 0.37개로 17개 광역시도 평균 8.71개 대비 4.2% 수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또 의료인력도 내과, 외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등 4개 진료과목 전문의 수가 광역시도 평균을 밑돈다는 설명이다.
강원도민의 원정진료 발생 원인이 낮은 의료접근성에 기인한다는 시각도 있으나, 임 연구위원은 접근성에 대한 영향은 17개 광역시도 대비 작은 편이라고 봤다.
그가 접근성 및 지역의 사회경제적 요인이 수도권 원정진료에 미친 영향을 분석한 결과, 내과의 경우 17개 광역시도 대비 강원지역에 미친 영향은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접근성, 지역의 사회경제적 특징, 의료인프라 등 자료를 기반으로 예측한 원정진료 규모보다 실제 원정진료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임 연구위원은 "수도권 원정 의료이용에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가 작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례로 강원도민이 정형외과 관련 질환으로 입원한 총 입원 건수 5만1970건 중 7213건(13.9%)은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에 의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소요된 교통비와 간병비만 94억여원으로 추정된다.
임 연구위원은 원정진료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공공의료기관의 양적‧질적 확충을 우선으로 제안했다.
그는 "기능‧수요 중심의 협력적 전달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상급종합병원, 2차병원, 전문병원, 의원 등 종별 의료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설정하고 기능 정립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전달체계 효율성 추구를 위해 지역 내 거점국립대 병원을 중심으로 권역 내 병‧의원 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지역 의료인력 확보에 대해서는 "의료인력 확충을 위해 안정적인 의사인력 수급이 필요하지만 이는 단기적 관점에서 달성하기 어렵다"고 평가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정확한 의사인력 수급 현황 파악을 토대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