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관절 골절 수술 후 퇴원했다가 폐색전증으로 급사한 미국인 환자 유가족에 대해 병원 측이 4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폐색전증 가능성이 높은 환자에 대해 의료진이 충분한 예방조치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봤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최규연)는 미 육군 군무원 A(사망당시 59세)씨 유족이 병원과 주치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들은 공동해 4억23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냈다.
A씨는 지난 2019년 8월 자전거를 타던 중 빗깃에 넘어져 왼쪽 고관절이 골절됐다. 그는 당일 병원에서 고관절 핀 삽입 고정 수술을 받은 뒤 상태가 양호하다고 판단돼 사고 엿새만인 23일 퇴원했다.
그러나 퇴원 4일째인 27일 급작스럽게 몸 상태가 악화했고 다른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2시간 30분만에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결과 사인은 피떡이 혈관을 막는 '폐동맥혈전색전증'(폐색전증)으로 밝혀졌다.
유족들은 고관절 수술을 한 병원 측 과실로 A씨가 사망했다며 총 15억7600여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재판부는 "의료진은 예방조치를 소홀히 하거나 지도설명 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실이 인정된다"며 "이런 과실로 사망했을 개연성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특히 재판부는 폐색전증이 동양인보다 서양인에게, 또 나이가 많을수록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참고했다.
의료진이 A씨에 대해 항응고제를 3일밖에 투여하지 않았고, 항혈전스타킹(압박스타킹) 요법 등도 시행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폐색전증 예방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통상 고관절 수술 후 2~3주 내지 1개월까지 폐색전증 발생할 위험이 높고, 3개월까지도 지속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들어 의료진이 적적한 예방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항응고제의 계속적 처방·물리적 예방법이 시행되거나 운동요법에 대한 지도설명이 이뤄졌다면 폐색전증이 발생하지 않았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미국인 남성 기대여명(82.9세) 등을 토대로 A씨 가동연한을 70세인 2030년으로 보고 앞으로 받을 수 있는 임금‧군인연금 등을 현재가치로 환산한 손해액을 산출한 뒤 병원 및 의료진의 책임을 30%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