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환자를 위한 진료와 연구를 이어가고 싶습니다."
이달 말 정년퇴임을 앞둔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 정형외과 강승백 교수가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자리에서 밝힌 진료 철학이자 앞으로의 목표다.
강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형외과 교수로 재임하며 28년간 슬관절(무릎관절) 분야 진료와 연구를 이어온 인물이다.
인공 슬관절 수술 1만례 달성을 포함해 2만건 이상 수술을 집도하는 등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춰 국내외 슬관절 분야 권위자로 꼽힌다.
"열악한 진료환경과 연구 여건 불구 인공관절 수술 개척"
8월을 마지막으로 보라매병원을 떠나는 강 교수는 퇴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시원섭섭한 마음이 크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병원에서 슬관절 분야 진료를 처음 시작할 때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28년 동안 열심히 달려왔는데 이러한 생활을 그만 둔다니 시원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28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해 온 환자들과 정든 병원 식구들을 두고 떠나려니 매우 서운하고 섭섭한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지금 보라매병원 진료환경과 연구 여건은 30년 전보다는 월등하게 좋아졌다. 시설은 물론 교수 수와 신분 제도, 연구 시설 등 정말 많은 면에서 향상됐다"며 소회를 밝혔다.
실제 강 교수가 보라매병원에 합류한 1997년에는 소위 '맨땅에 헤딩' 하듯 슬관절 분야를 키우던 시기였다.
당시 정형외과는 고관절·척추·수부 분야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와 있었지만 다른 분야는 시작 단계였다. 그는 슬관절 분야 수준을 높이기 위해 진료와 함께 다양한 국책과제를 받아 연구를 진행했다.
강 교수의 이러한 노력은 성과로 드러났다. 보라매병원은 현재 슬관절 진료를 전문화해 3명의 교수진이 대한민국에서 의사 1인당 가장 많은 슬관절 수술을 하고 있다.
특히 그의 업적은 학계 내에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지난 2020년 대한슬관절학회 제30대 회장을 수행한 강 교수는 2017~2022년 5년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주관하는 바이오 의료기술개발사업 과제 책임연구자로 연구를 주관했다.
이 연구를 통해 골관절염 연구 필수적인 환자의 관절조직 800여개를 수집했고, 이를 환자 임상 및 영상학적 특성에 따라 체계적으로 자료화해 '인체 관절조직뱅크'를 구축하는 업적을 달성했다.
조직 뱅크는 골관절염 환자에게서 채취한 조직을 보관해 다양한 연구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한 시스템이다.
강 교수는 조직뱅크 자료를 활용한 연구를 통해 골관절염이 발생하는 원인을 밝히고, 새로운 골관절염 치료법을 제시하는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는 "보라매병원 근무 초기에는 열악한 환경, 많은 업무, 경직된 교수 상하 관계, 불안정한 신분 등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모두 큰 약이 됐다"고 술회했다.
"환자 일상 회복이 가장 큰 보람, 퇴임 후에도 이어갈 계획"
강 교수는 무엇보다 환자들을 치료하고 일상을 찾아주는 과정에서 더할 나위 없는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강승백 교수는 "제게 치료를 받아서 행운이라고 하는 환자들을 만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왔다"며 "의사 가치는 환자를 직접 진료한 경험으로 더욱 빛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계속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은 바로 관성"이라며 "퇴임 후에도 환자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치료와 연구 등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실제 강 교수는 오는 9월 강남지역 거점 종합병원인 강남베드로병원에서 인생 제2막을 연다.
강남베드로병원은 척추, 관절, 뇌·심혈관 질환 등을 중심으로 15개 진료과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 종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 80세 이상 고령환자를 위한 '고령 특화치료전담팀(TF)'을 출범·운영하며 시니어 특화 진료를 제공하고 있다.
강 교수는 향후 무릎관절 역량 강화로 고령환자 맞춤형 진료 서비스 구축에 더욱 큰 상승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로봇을 이용한 수술과 줄기세포 치료 등 최신 의료 기술을 활용해 보다 정밀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환자를 위한 진료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의사에게 필요한 자질로 '다방면의 지식'을 강조하며 보라매병원 후배들을 향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처한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반쪽짜리 의사가 될 수 있다"며 "의학적 지식을 넘어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현명한 의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