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며 치열한 입찰 경쟁까지 벌어졌던 공공요양병원들이 위탁 운영 한파로 줄폐업 위기를 맞고 있다.
일당정액수가에 각종 규제까지 겹치면서 경영환경이 척박해졌고,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위탁 운영 주체들이 포기를 선언하는 상황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경상북도 고령군립요양병원의 경우 지난 20년 간 위탁 운영해온 의료법인이 최근 적자를 이유로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04년 요양병원 개원 이후 운영을 맡아온 영암의료재단은 한 달 운영비가 2억8000만원 정도인데 매월 2000만원 이상 적자가 발생해 더 이상 운영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고령군은 새로운 위탁 운영 주체를 구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5차례에 걸쳐 모집공고를 냈지만 아직까지 요양병원 운영을 맡겠다는 의료법인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끝내 위탁 운영자를 구하지 못할 경우 고령군은 직접 운영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196병상 규모의 광주시립제2요양병원을 10년 동안 위탁 운영해 온 전남대병원이 적자 누적을 이유로 재계약을 포기했다.
광주광역시는 수탁 기관 공모에 나섰지만 응모가 없자 지난해 12월 31일 폐업 신고하고 병원 운영을 종료했다.
울릉군 노인전문 요양병원의 경우 울릉군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었지만 개원 14년만인 지난 2022년 폐업을 결정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시, 군, 구 등 지방자치단체에서 설립한 공공요양병원은 76개로, 이들 대부분의 병원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신음하고 있다.
그나마 재정 자립도가 좋은 지자체의 경우 적자를 일부 보전해 주고 있지만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지자체 공공요양병원은 위탁 운영 포기가 속출하며 존폐 위기에 처한 실정이다.
요양병원 경영난은 비단 공공의 영역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경영환경이 점점 척박해지면서 요양병원 70% 이상이 적자 늪에 빠져 고통받고 있다.
대한요양병원협회에 따르면 1550개였던 요양병원은 최근 1380개로 줄었고, 문을 닫는 요양병원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요양병원협회 남충희 회장은 “지난 7~8년 동안 최저시급 40%, 물가 20% 이상 올랐지만 의료수가는 겨우 9% 밖에 인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급성기병원은 행위별수가로 행위를 할 때마다 수가를 청구할 수 있지만 요양병원은 일당정액수가로 묶여 있어 중환자를 치료하면 할수록 적자”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현 시점에서 요양병원이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로 ‘수가 현실화’를 꼽았다.
그는 “노인이라는 이유로 의료에서 방치되거나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며 “노인답게 살아갈 권리와 인간답게 진료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망자 23%가 요양병원에서 마지막을 보내는데 호스피스 전문기관을 인정하지 않고 임종실 수가도 차등을 두고 있다. 언제까지 요양병원을 패싱할 것이냐”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