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테오젠이 정맥주사(IV) 약물을 피하주사(SC) 방식으로 변경해주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로 글로벌 제약사 머크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한 가운데,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잇따라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제약사 중 알테오젠, 셀트리온, 휴온스랩, 아미코젠 등이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는 인체 내 피부 밑에 있는 히알루론산을 분해하는 효소다.
피하조직은 히알루론산 보호로 약물 전달이 쉽지 않은데,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를 이용하면 히알루론산을 분해할 수 있다. 이에 정맥주사 제형 의약품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변경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꼽힌다.
그간 바이오 의약품은 대부분 정맥주사(IV)로 의약품을 투입했다. 하지만 투여시간이 4~5시간으로 길고, 병원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것이 단점으로 꼽혔다.
반면, 피하주사(SC)는 투여시간이 5분 이내로 짧고, 환자 스스로 투여가 가능한 데다 통증과 감염 위험도 적어 환자들의 선호도가 증가하는 추세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제형을 변경할 경우 특허를 연장해 경쟁 제품의 시장 진입을 막을 수 있어 IV를 SC 제형으로 바꾸는 기술이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시장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리서치 네스터(Research Nester)에 따르면,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시장 규모는 2023년 10억 달러(약 1조3337억 원)에서 연평균 9% 성장해 2036년 120억 달러(약 16조 원)에 이를 전망이다.
글로벌 기업 중에는 로슈가 할로자임의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이용해면역항암제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 SC 제형을 개발했으며, 머크, 화이자도 SC 제형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IV를 SC로 바꾸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가진 곳은 미국 할로자임과 국내 바이오사 알테오젠 두 곳에 불과하다.
이 중 알테오젠은 지난 2020년 ALT-B4를 머크에 총 4조6000억 원 규모로 기술이전하고, 올해 2월 이를 독점계약으로 변경해 주목을 받았다.
또한 지난 7월에는 산도즈와 히알루로니다제 개발 및 이를 사용한 다수의 바이오시밀러 품목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ALT-B4 제조방법에 대한 미국 특허 등록 결정을 받았으며, 이어 물질 특허 등록 결정까지 받았다.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SC제형 개발 속도
알테오젠에 이어 국내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를 개발 중인 업체로는 휴온스랩과 셀트리온, 아미코젠이 있다.
휴온스랩은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재조합 인간 히알루로니다제인 'HLB3-002'의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 받았다고 밝혔다.
앞서 휴온스랩은 HLB3-002와 오리지널 제품인 할로자임 '하일레넥스'(Hylenex®)와의 동물효력시험을 진행해 동등한 효력을 여러 차례 확인했으며, 비임상 독성시험을 통해 안전성도 확보했다.
이번에 승인 받은 임상은 품목허가를 위한 임상으로, 내년 6월경 단독 제품으로 식약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HLB3-002는 하일레넥스에 대한 독자형 제품이다. 동물조직으로부터 추출해서 생산한 기존 동물 유래 히알루로니다제 제품과 달리 유전자 재조합을 이용한 동물세포(CHO 세포) 배양 및 하이디퓨즈(HyDIFFUZETM) 생산 기술을 적용했다.
휴온스랩은 해당 제조 방법에 대한 국내 특허 등록을 지난 7월 완료한 바 있으며, 국제 특허 출원(PCT)도 진행 중이다.
휴온스랩이 법무법인 파도특허를 통해 실시한 특허회피분석(FTO)에 따르면, 할로자임이 보유한 히알루로니다제의 물질특허는 미국에서 오는 2027년 9월, 한국을 포함한 그 외 국가에서는 2024년 3월 만료된다.
이에 따라, 휴온스랩은 할로자임 히알루로니다제 물질특허가 만료된 후 글로벌 시장에서의 특허 회피와 더불어 생산기술 부분에서 우위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휴온스랩은 지난 3일 국내 비임상수탁시험기관(CRO)을 통해 하이디퓨즈 적용 SC 제형 항체의약품의 동물시험을 수행해 효력을 확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셀트리온도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SC제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는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가 들어간 제품(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고,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 대표는 "의약품 중 인간 히알루로니다제가 없어도 되는 제품이 많다. 항체약물 접합체(ADC) 등 특정 제품은 필요하지 않다"며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를 통한 SC 제형이 꼭 필요한 제품들은 자체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미코젠은 지난 3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아미코젠은 4년 전부터 피하주사 제형에 필요한 인간 유래 히알루로니다제를 선정하고 그 기작을 분석해왔다.
아미코젠은 기존 상용화된 미국 할로자임이나 한국 알테오젠에서 사용하고 있는 '히알루로니다제 PH20'이 아닌 새로운 인간 유래 히알루로니다제를 사용해 개량, 기존 특허를 원천적으로 벗어난 특허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아미코젠은 유전자 진화, 초고속선별(HTS), 단백질 공학, AI 단백질 디자인 등 효소 플랫폼 기술 역량을 통해 개량한 후 특허를 출원하고, 이를 통해 피하주사 제형 히알루로니다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를 통한 제형 변경은 신약 개발보다 리스크가 적다"며 "또한 바이오시밀러 매출의 대부분이 SC 제형에서 발생하고 있어 SC 변경 수요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알테오젠과 할로자임이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특허 회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