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치료 환수처분…의료계, 분노 넘어 '무력감'
복지부 정책 변경에 "배신·절망감" 피력…"폐업" 공지 후 주민들 청원으로 철회한 원장
2024.09.11 06:19 댓글쓰기

코로나19 재택치료 전수조사 후 이뤄진 진료비 '환수 처분'으로 의료계에서 분노감을 넘어 무력감을 피력하는 분위기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정부 정책에 답답함과 허탈감을 피력한 某병원은 "운영을 종료하겠다"는 공지를 올렸다가 이를 만류하는 지역 주민들 청원에 뜻을 거두는 모습까지 포착됐다.


10일 의료계에 따르면 충북 청주에서 김숙자소아청소년병원을 운영하는 김숙자 원장은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코로나19 재택치료 전수조사 후 진행된 진료비 환수 처분에 대한 좌절감을 토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코로나19 재택치료 환자를 비대면으로 진료 한 병의원들에게 환자 한 명당 하루 8만원의 환자 관리료를 지급했다.


병의원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관할 보건소가 지정한 환자에게 하루에 두 번씩 전화한 뒤, 코로나 진료 지원 시스템 홈페이지에 환자 상태를 입력했다.


당시 정부는 재택치료와 관련해서 어떠한 환수처분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나 현재 급여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곳을 대상으로 진료비 환수 처분을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김숙자 원장은 자신의 SNS에 장문의 글을 올리며 부당함과 절망감을 호소했다.


김 원장은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할 때 보건소와 협력해 코로나19 환자 재택치료를 담당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휴일 없이 열심히 진료했다. 그런데 최근 복지부에서 재택치료 중 전화로 연락을 두 번 하지 않고 한 번만 한 경우는 인정해줄 수 없으니 진료비를 환수해가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어떠한 규정을 만들어 놓고서 연락을 두 번 하지 않았을 경우 진료비를 환수해간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환자 상태가 중하면 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도 할 수 있고 중하지 않으면 한 번만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한 번 이상하는 것을 보호자가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가 환자를 보는데 무슨 조건이 필요하냐. 두 번을 반드시 연락해야 한다면 몇시 몇분에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언급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김 원장은 또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횟수가 중요한가, 심각한 경우에는 환자와 같이 잘 수도 있다"며 "진료비에 눈이 멀어 두 번 해야할 것을 한 번만 한 것도 아닌데 이런 대우를 받아서 상실감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이 소아과 의사가 되고 싶어하고 한국에 어린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진료에 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안되겠냐"고 호소했다.


“정부가 무섭다. 좋은 기억만 갖고 병원 정리할 계획”


특히 김 원장은 이러한 허망함에 병원을 정리하겠다는 안내문을 올렸다가 이를 만류하는 지역 주민들 청원이 이어져 뜻을 거둬들인 상황이다.


앞서 김 원장은 "재택치료 당시 환자 명단과 연락처를 빠짐없이 정리해 복지부를 찾아가 사정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환수 처분에 동의한다는 서명을 하지 않으면 행정처분과 영업정지를 받을 수 있다는 위협적인 조치로 할 수 없이 서명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범법자 취급을 받는 제 처지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에 잠을 잘 수 없었다. 정부가 무섭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한국에서 진료하는 것도 정리할 때가 된 것 같다. 많은 꿈과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뛰었던 좋은 기억을 간직하며 병원을 정리하겠다는 결정을 하게됐다"고 했다.


병원을 정리하겠다는 소식에 지역 주민들도 안타까운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한 누리꾼은 "아이가 클 때 정말 큰 도움을 받았고 열정과 아이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던 분인데 이런 일을 겪다니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실제 김숙자소아청소년병원은 충북 청주에서 수십년째 어린이들 건강을 책임지고 있다. 지역에 몇 없는 신생아 집중치료실을 운영하며 체중미달, 조산아, 저체중아, 폐조직 불안정 등 고위험 신생아 생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김 원장은 한국유전학연구소에서 전국 희귀 난치성 질환 환자를 보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 '육아 닥터'을 운영하며 희귀 난치성 질환에 대한 교육에도 힘써 왔다.


김 원장은 지역 주민들의 이어지는 청원에 뜻을 거둔 상태지만 누리꾼들 응원은 이어지고 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코로나19 당시 병원에서 정말 많은 환자를 위해 애를 썼는데 정부는 왜 그러냐, 힘든 시기 잘 견뎌내길 바란다"며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김 원장은 "제가 이런 글을 올려 주민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면 사죄드리겠다"며 "따뜻한 성원에 다시 한번 싸워보겠다고 다짐했다. 때리면 맞고 마지막 순간까지 버텨보겠다. 더 열심히 아가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준비 없이 떠나는 것은 아가들에게 위협이 된다고 생각이 든다. 최선을 다해 아가들을 위해 열심히 뛰고 떠날 때는 제가 없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도록 후배 양성을 한 후 떠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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